쫓겨난 승려·관리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남 도경은 10일 범인은 이 사찰의 사정과 금고 내막을 잘 알고 있고 도난품의 가치를 알고 훔친 것으로 보고 지난 73년 2월 송광사에서 사찰 분규로 쫓겨난 승려 4명 (대처승)과 10일 전 절에서 해직된 사무직원 임모 씨 (43), 이 사찰의 박물관 관리책임을 맡아오다 5일전 그만둔 박모 스님 (26) 등을 요의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문화재를 보관했던 금고에서 몇 개의 지문을 채취했으나 그것이 범인의 것인지 아니면 관리인의 것인지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도난 당한 문화재는 모두 14∼20cm 높이에 직경 6.7cm의 정교한 소형 품으로 호주머니에 간단히 넣고 다닐 수 있는 것인데 금고 속에는 도난낭한 문화재 3점 외에도 경패가 있었으나 범인은 다루기 힘든 경패는 남겨놓고 다른 문화재는 손을 안댄 채 이들 3점만 훔쳐갔다.
문화재가 소장됐던 박물관은 국보 2점과 보물 12점, 지방문화재 7점 등 22점의 지정 문화재와 서화·도자기·불패 등 50여 점의 비지정 문화재를 보관하고 있으며, 30평 크기의 목조 건물로 6·25 동란 때 불타 없어진 자리에 55년에 착공, 58년에 완공한 건물로서 창문에 철책을 두르고 출입문에 커다란 자물쇠를 잠가 도둑을 막아왔었다.
박물관은 교무스님 임종배 씨 (30)와 재무스님 이상식 씨 (32), 총무스님 김영호 씨 등 3명의 간부 스님이 번갈아 관리해왔으며 8일 하오 5시쯤 전남 담양 중학생과 광주 「사레지오」 중학생 등 4백여 명의 학생들에게 소장품을 구경시킨 뒤 출입문 자물쇠를 잠가두었다.
사찰측은 매일 상오 9시부터 하오 5시까지 박물관 소장품을 일반에게 공개해왔다.
도둑은 박물관 출입문의 자물쇠를 지렛대 같은 것으로 뜯어낸 뒤 금고의 열쇠를 열고 그 안에 든 소장품을 몽땅 가져갔다.
이중으로 된 금고문의 바깥 「다이얼」 자물쇠는 고장나있었고 속 자물쇠는 보통 열쇠면 손쉽게 열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