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입각 … 원내대표 경선 교통정리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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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에 새누리당 이주영(63·창원 마산합포·사진) 의원을 내정했다. 지난 6일 윤진숙 전 장관 해임 이후 6일 만이다. 연구원 출신인 윤 전 장관이 정무감각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낙마하자 후임 장관엔 ‘정무형 친박 실세’가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계 중진이다. 4선을 하는 동안 선거에서 검증을 거친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박 대통령의 선택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16대(2000년) 총선에서 경남 창원을에 출마해 첫 당선했으나 17대 총선에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패했다. 하지만 2006년 7월 재·보선에서 마산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재선에 성공했고, 19대 총선까지 내리 당선했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선 대선기획단장과 특보단장이란 요직을 맡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조속히 조직을 안정시키고 장관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12일) 오전에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수락했다”고 밝혔다.

 -해수부에 현안이 많은데.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수습이 가장 우선 과제이고 최근 해수부의 위상이 많이 흔들렸는데 위상을 다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여당 중진의원을 장관으로 내정한 뜻은 어떤 것인가.

 “아유, 그런 거까지 제가 지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예정이었는데.

 “대선기획단장을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한책임을 안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가 책임을 다해야 된다.”

 이 의원의 장관 차출은 미묘한 측면이 있다. ‘이주영 효과’가 여권 권력지형에 연쇄적으로 미칠 영향 때문이다. 그는 남경필(5선)·이완구(3선) 의원과 함께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자였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그는 친박 핵심 중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불과 8표 차로 석패해 최 원내대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번에 강한 의욕을 갖고 경선을 준비해 왔다.

 그런 이 의원이 입각하게 되면서 원내대표 경선구도가 바뀌게 됐다. 또 다른 박근혜계 중진인 정갑윤(4선) 의원이 울산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오고 있어 박근혜계 내부의 ‘그랜드 플랜’에 의해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권 내엔 집권 2년차를 맞아 공기업 개혁 등 국정과제 수행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선 ‘로열티 강한’ 박근혜계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많다. 그래서 이 의원을 입각시키고 정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겠다는 뜻이 담긴 인선이라는 해석이다.

 정 의원이 아닌 충청권 출신인 이완구 의원의 원내대표 입성을 돕기 위한 교통정리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지사직을 던진 적이 있다. 박 대통령과 계속 같은 길을 걸었다는 의미다.

 이 의원이든 정 의원이든 당내 소장파 대표주자인 남경필 의원만 경기지사 출마를 결심하면 ‘친박 원내대표’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다만 충청의 이 의원이냐 울산의 정 의원이냐에 따라 김무성·서청원·이인제 의원 등 당권주자들의 이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주영 차출’의 연쇄 효과는 미묘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은 의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선거인데 인위적으로 플랜을 가동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청와대는 어느 선거에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당내 압박을 받고 있는 남 의원도 이날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남 의원은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원내대표 출마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강태화 기자

▶1951년·경남 마산 ▶경기고·서울대 법대 및 대학원·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사 ▶사법연수원 10기 수료·부산지법 부장판사 ▶4선 국회의원(16~19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대선캠프 대선기획단장·특보단장, 여의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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