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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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랍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의 주인공 이름은 SMl5, 그는 스파이다.
그의 본명은 무라드·사벨. 7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신장 1백87㎝에 30세의 미남이다. 그는 바로 아랍 판 007처럼 세계를 무대로 뛰어 다니며『아랍의 대의』를 위해 활약한다.
그는 하루 5회씩 반드시 알라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또 까닭 없는 살인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물론 아랍·게릴라의 모델이 바로 그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아랍·게릴라들의 우상은 레일라·칼레드라는 30세 가량의 여성이다.
지난 69년에 TWA기를 하이재크 하여 일약 유명해진 그녀는 언제나 자동소총을 손에 들고 다닌다.
아랍·게릴라 조직과 일본의 적군파가 손을 잡게된 것도 칼레드와 시게노부·후사꼬가 친교를 맺은 때부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칼레드가 아랍·게릴라의 여왕이라면 중신방자는 적군파의 여왕이다. 그 적군파가 문세광을 구출하기 위해 12명의 테러단을 보내 한국 국내외에서 소란을 벌일 계획을 세웠다고 일본경찰이 당국에 알려왔다.
이른바 연합적군이 결성된 것은 지난 71년 7월. 그 전신은 지난 58년에 결성된 바 있는 공산주의자동맹에서 나온 적군파와 중앙 군, 그리고 일본공산당 혁명좌파에서 나온 이른바 경빈안보공투가 합친 것이다.
연합적군의 숨은 조종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에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산구숙자(일명 이향란)까지도 적군파와의 관계를 의심받고 있다. 그만큼 방대한 지하조직을 갖고 있다는 것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적군파에는「철칙오개조」라는 게 있다 ⓛ범인이 되라 ②어제의 아내도 오늘의 적이다 ③여성이 여성답게 행동하는 것은 혁명의 적이다 ④연령·경력은 전사로서의 평가기준이 못된다 ⑤조직에 해를 끼치는 실패를 저질렀을 때는 죽음으로 보상한다.
이처럼 잔혹한 규율아래 연합적군은 늘 세계를 무대로 이른바 PBM작전을 획책한다.
P작전이란 VIP를 유괴, 인질로 삼는 것, B작전이란 무기강탈작전, M작전이란 은행들을 습격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적군파의 리더 급에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끼여있다. 주로 해외 책임자 노릇을 하고있는 중신방자도 30이전이다.
그리고 거 년 끔찍한 집단 린치 살인사건을 저질러 일본사회에 일대 충격을 주었던 여두목 영전양자도 20대였다.
엄청난 풍요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 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극단적인 테러에 이끌리는 심정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상당한 교육도 받았다는 중신방자와 같은 여성이 왜 테러에 앞장 나서는지는 손쉽게 풀려지지 않는 현대의 병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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