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추석예배로 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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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독교에서 가장 큰 명절의 하나로 지키는 추수감사절을 우리 나라 고유 명절인 추석 절 예배로 대치하려는 움직임이 교계일부에서 일고 있다.
서울 경동교회(강원룡 목사)는 서구적 추수감사절을 한국화 하는 첫 시도로 지난 29일(추석전주일) 추석예배로 추수감사절을 대신했다. 예배도 민속놀이의 형식을 빌어 젊은이들의 춤과 대사로 엮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추수감사절은 매년 11월의 제3주일로 되어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 개신교 1백년동안 이렇게 지켜온 보수적 교단에서는 추수감사절의 한국화에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측은 기독교의 한국화는 당연한 것이며 우리의 가면극 속에 흐르는 서민층의 익살·풍자 등 저항정신을 교회청년들이 자유롭게 재현시키면서 하나님께 추수감사를 드려보자는 시도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 민속놀이 예배는『강강수월래』의 서장으로부터 1장은 영감과 청년 할멈이 등장, 추석과 추수감사절 얘기를 나누고, 2장은 권력·재물·지식을 상징하는 세 양반이 서로 자랑하다 종놈의 조롱을 받으며, 3장은 서민을 대표하는 3여인이 추석을 사는 오늘의 세계의 빈곤·공해·부조리를 풍자하며, 종장은 이런 상황에서 추수감사예배의 참뜻을 이야기하고 감사의 정신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며 함께 춤추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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