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도 예산안과 내외경제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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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5년도의 일반재정규모가 74년도의 본예산 규모에 비해 43%나 늘어나는 대형예산이 되어야하는 이유는 여러 모로 검토해야할 여지가 크다.
국제수지전망이 밝지 않아 외환문제가 경제정책 운영상의 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경제동향을 직시한다면 정부는 물론 민간도 일대소비 절약운동을 벌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상승율이 높으니까 일반 재정도 계속 팽창되어야만 정부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과연 온당한 판단인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어려운 경제동향과 내외 정치상황이 더욱 큰 행정력을 요청하니까 정부 소비가 늘어야한다는 명제는 일단 수긍이 되는 것이나 고유한 행정분야 외의 것은 대담하게 정리함으로써 민간의 경쟁과 자동조절력에 보다 많이 기대한다는 각도에서 정부소비를 평가한다면, 예산팽창율은 그렇게 높지 않아도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재정 팽창율을 인정해야한다면 내국세 증가율이 본 예산기준으로 60%선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해외저축을 일반재정 수입으로 계상하는 것이 건전 재정일 수 없는 것이라면, 예산팽창을 내국세 증수로 메우는 것도 필연적이다.
그러나 올해의 내국세 수입이 본예산규모보다 1천6백87억이나 늘어날 수 있었던 원인이 73년도의 호황과 74년도의 이례적인 물가상승에 기인한 특이한 것이었음을 상기한다면 75년도의 내국세 예산은 너무도 무리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여 국제수지의 벽이 두꺼워지고 있어 국내 불황이 앞으로 심화될 공산이 짙은 것이 숨길 수 없다면, 추경 예산규모보다도 내국세 세입을 다시 19.5%나 증대시킨 것은 「인플레」의 격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합리화되기 어렵다.
또 재정차관 예탁금수입을 9백46억으로 책정한 것도 75년도 예산의 큰 문제점이다. 74연도 예산에서 책정된 예탁금 수입도 잉여농산물도입과 관련된 차질 때문에 3백억원 이상이나 차질을 일으켰는데 그 전망이 더욱 모호한 지금 이를 다시 늘려 책정한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
만일 이 부문에서 차질이 생기면 그대로 적자화 할 공산이 짙은 것이므로 확실성이 없는 것은 차라리 애당초부터 삭제해서 세출을 조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편, 세출면에서 투융자비율이 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규모가 43%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75년도 예산의 소비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우기 비료계정이 전액 삭감됨으로써 비료값이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팽창된 예산규모에도 불구하고 광의의 투융자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투융자 증가를 위한 국민부담 증가라면 설득력이 있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민간부문에 대한 지나친 압박요인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투융자 계획에서 자원개발이라는 당면과제가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도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투융자 증가분 9백80억원에서 자원 개발투자 증가는 2백40억원밖에 아니 되며 그중 새마을사업비를 제외하면 자원개발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증가분은 너무나 미미하다.
새해 예산안을 편성하는데 있어 예산당국이 겪어야 했던 애로는 물론 많았으리라 짐작되지만, 내외경제 동향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예산편성 작업이 실무적·기술적 차원에서 진행될 수는 없는 것이다. 고차원의 통찰력을 토대로 한 정책전환을 전제로 해서 예산이 그 집행 수단으로서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도록 국회는 예산안의 결함을 충분히 수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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