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 대폭개각의 배경|여망부응 내건 "연착내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18」개각은 71년 6월 김종필 내각이 출범한 후 지난해 「12·3」개각 때의 10부 장관 경질에 이은 두 번째 대폭 개편이다.
이번 대폭 개각은 한·일간의 분규로 이룩된 국민의 총화체제를 깨지 않고 그동안 누적된 국민의 불만을 풀어주는 의미에서 인사쇄신을 이루어 민심을 수습, 국내외의 난제들을 극복해 나가는 새 체제를 구축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 같다. 「8·15저격사건」이후 전면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사건의 성격 때문에 홍성철 내무의 경질만으로 끝났고 연말께로 그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으로 관측되어 왔었다.
상류층 밀수보석매입 사건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개각의 폭이 예상보다 커진 것은 민청학련사건, 「8·15저격사건」, 정부지도층의 자세문제, 경제문제 등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수술과 이에 따른 뒷수습을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타결되었지만 「시이나」특사가 방한하기 전에 개각시기를 앞당겨 대폭 개각을 하게된 것은 밀수보석밀매 사건으로 모처럼 이룩된 국민총화 분위기를 해친데 대한 국민감정의 해소와 야당의 인책공세에 대해 선제조처를 취하기 위해 오는 20일 개최되는 정기국회에 앞서 단행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개각에서는 9명이 바뀌었으나 법무·문교·문공 등 4부 장관이 재야인사 가운데서 등용되고 각내 이동도 남 재무가 경제기획원으로 옮긴 것 이외에는 없어 종래 보다는 신인기용의 폭이 넓은 것이 특색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장관에 기용된 황산덕 법무, 유기춘 문교, 신도성 통일원장관과 이원경 문공 등은 온건한 인사들로 이들 신인들이 앞으로 내각에서 맡을 역할과 관련, 정부가 학생문제 등 국내정치에 있어 온건 정책을 밀고 나갈 체제를 갖추었다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김종필 내각이 들어선 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경질된 것은 지난 72년1월 당시 김학렬 부총리의 병사에 따른 인사 후 이번이 처음인데 물가정책·유류파동에 따른 주유종탄으로의 정책전환·경기변동 등에 총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수산·상공 등이 유임되고 남덕우 재무가 부총리로 승진, 김용환 청와대 경제제1수석비서관이 재무로 옮겨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종래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나타냈다.
특히 남 기획원과 김 재무는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호흡을 맞추어왔던 점으로 미루어 앞으로의 불황극복 시책 등은 남-김「라인」을 주축으로 해서 추진될 것이 뚜렷해졌다.
민관식 문교·윤주영 문공 등은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개각이 있을 때는 경질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아 경질을 예측할 수 있었으나 민 문교와 윤 문공의 이번 인사는 국민여론을 받아들여 이루어진 것 같다는 풀이다.
민 문교는 작년 가을의 학원사태 후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물러난 것으로 보이며 윤 문공은 언론정책과 한·일 관계 교섭에 대한 공보활동과도 어떤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퇴임이유가 불투명한 것은 재임 10개월만에 물러난 이봉성 법무의 경우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법무는 밀수보석사건의 사전보도가 물러나게 된 원인의 하나로 알려 졌는데 이밖에 정부·여당 안에서의 신임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관측이다.
법무·문교·통일원장관등이 모두 학계에서 발탁된 것도 이번 개각의 특징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학계에서 발탁, 기용한 것은 개각에 있어 참신한 맛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황산덕 법무·유기춘 문교·이원경 문공은 전신이 장관직책과 연관이 있어 전혀 생소한 자리는 아니다.
이번 개각은 9개 부처의 장관을 경질, 사실상 작년의 「12·3」개각에 못지 않은 대폭개각으로 국민의 여망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고위 소식통의 풀이대로 새로운 국내외 상황에 대처하는 「총화내각」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새 내각의 출신성분을 보면 군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 김 총리를 비롯, 박 내무·서 국방·김 건설·고 보사·최 교통·심 총무처·이 무임소 등 8명이며, 다음이 직업관료 출신으로 김 외무·김 재무·정 농수산·장 상공·장 체신 등 5명이고, 학자출신이 남 기획·황 법무·유 문교·신 통일원 등 4명의 순.
원내에서는 장승태 의원이 체신으로 들어가고 문형태 장관이 빠져 종전과 같은 5명이 유지됐다. <심준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