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방미준비' 심정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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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청와대 만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국회 국방위원들은 이라크전에 비전투병을 파병하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의원들은 "국익 차원에서 파병은 불가피하며, 이왕 하려면 마지못해 할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확실하게 보내자"고 했다. 盧대통령은 "오늘 말씀 그대로 결정하겠다. 오늘은 여야 구분 없이 모두 '국방당'이나 '안보당'으로 모인 듯하다"고 호응했다.

국방위원들은 4월에 예정돼 있는 임시국회를 3월로 당겨 열어 파병 비준안을 처리해주기로 했다.

盧대통령은 그동안 비전투병 파병을 놓고 보수와 진보세력 간 날카로운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으로 '파병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곤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회의 초당적인 파병 건의에 "옳다"고 맞장구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천명하는 효과를 얻었다.

盧대통령은 토론 주제가 이라크전에서 북핵문제로 옮겨가자, 5월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준비하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강경한 입장인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내가 '북한과 전쟁을 해선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미국과 마찰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고, 그렇다고 부시의 생각에 동조하자니 전쟁을 찬성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고…참 마땅치 않다"고 입맛을 다셨다는 게 참석한 이경재(李敬在.한나라당) 의원의 설명이다.

盧대통령은 또 "미국은 외교적 해결 노력을 하면서도 무력공격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당선 이후 언론에서 미국의 공격 가능성이 터져나와 우리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전쟁이 일어나선 안되기 때문에 미국과 엇박자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박세환(朴世煥.한나라당) 의원이 전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미국이 우리 입장을 이해하는 등 한.미관계의 갈등이 많이 해소됐다"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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