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고의 사절』 서독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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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고의 사절』이라는 책이 최근 서독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울리히·그라이베」(29)라는 아동문학가가 편한 것으로 21편의 편지를 수록하고 있다.
그런데 그 편지들이 이미 작고한 저명인사들로부터 현존 유명인들에게 보내진 편지라는데 흥미의 초점이 있다. 물론 이 편지들은 가공적인 것으로 편저「그라이베」의 청탁에 의해 유명문인들이 발신인의 글투를 흉내내서 작성한 것이다.
예컨대 「프랑솨·봉디」는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외교정책가 「베테르니히」의 이름을 빌어 「키신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이집트」의 부왕을 「카이로」에서 「워싱톤」으로 불러내다니 나는 당신의 수완에 다만 놀랄 따름입니다.....』 또한 「슈피겔」지의 기자 「헤르만·슈라이버」는 「아데나워」전 독일수상의 이름으로 사임한 독일수상 「빌리·브란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신에게 있어서도 이것은 특별히 중요한 문제이겠읍니다만, 당신은 내게 부정이 없었다는 것을 믿어 주시겠지요.』
또 「노벨」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뵐」은 독설가로 이름높은 「버나드·쇼」를 대신해서 작곡가 「베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귀하의 음악은 곧잘 한참동안이나 흥얼거리는 듯한 낮은 음률로 청중을 졸게 하다가 별안간 천둥소리를 내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데, 끓는 물주전자와 쇠망치는 악기로서 어떨는지요?』
이렇듯 이 편지들은 신랄한 풍자로 독자들을 통쾌하게 해주고 있다.
이상 남성들간의 편지들 외에 이 책에는 한 통의 여성의 편지가 들어 있다. 그것은 18세기 영국의 사교계를 주름잡던 「화니·힐」이 여배우 「린다·러브레이스」에게 보내는 편지로서 인기작가 「오스발트·콜레」가 집필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출판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몇몇 필자가 편지 쓰기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본래의 계획에는 「호이스」로부터 현 수상 「발터·셸」에게 보내는 편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집필을 맡은 「에리히·멘데」는 「셸」수상과의 25년간의 친교를 이유로 청탁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독 슈피겔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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