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불감증에 젖은 한국의 대학생들|홍승직 교수 조사 「젊은 세대의 자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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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은 대체로 나이가 들고 상급 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자신의 행복에 대해 불안감을 지니는 반면 자신의 지능이나 실력에 대해서는 점차로 높이 평가하며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젊은 세대의 반응은 최근 홍승직 교수 (고대·사회학)가 고대 ○○학과 1, 2, 3, 4학년생 1백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지능관과 행복관을 중심한 자아관 조사 연구 논문에 잘 나타나 있다. 자평 및 상상적 타평 점수를 모두 각각 10점 만점으로 해서 나타난 학생들의 반응 점수는 다음과 같다.
자평 지능 점수를 보면 1, 2학년이 각각 평균 6·9인데 비해 3, 4학년은 7·3 및 7·4로 나타났다. 남들이 자신의 지능을 어떻게 평가하리라는 상상적 타평 점수는 1, 2, 3학년 모두가 7·2이상으로 자평 점수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4학년의 경우는 타평 점수가 7·0으로 자평 점수 7·4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저학년 학생들은 남들이 고려대학 정도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상당히 머리가 좋다고 인정해 줄 것으로 믿으나 자신들은 그같이 생각하지 않는 반면 4학년생들은 지능 면에서 자신을 회복했으나 이를 남들이 몰라준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역현상으로 볼 수 있다.
행복관에서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별로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평 행복 점수를 보면 가장 낮은 4학년이 4·7, 가장 높은 1학년이 5·9점 정도 밖에 안 된다. 대학생들은 무엇 때문에 자평 행복 점수를 낮게 주고 있을까. 공식적인 해답을 얻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학생들의 불안과 불만은 앞으로의 처신 문제, 가정 문제, 경제 문제, 한국의 정치·사회 문제, 대학에서의 적응 문제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 중 무엇이 오늘날 학생들의 사기를 가장 저하시키는 문제냐에 대한 대답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학생들과의 접촉 등을 통해 학생들은 사회에 대해 무엇인가 답답하게 느끼며 한번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싶을 정도의 불만에 가득차 있는 것 같다.
4학년이 1학년보다 자평 행복 점수가 훨씬 낮은 것도 4년간의 대학 교육을 이수했다는 긍지를 만족시킬만한 대가가 수반되지 못하는 현 사회적 실정이 이들로 하여금 몹시 불행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적 타평 행복 점수는 전학년을 통해 자평 점수보다 훨씬 높다.
1, 2, 3학년은 0·8∼1·2차가 있지만 4학년의 경우 2·1의 차를 보인다.
이는 4학년생은 부모, 친지, 친척들이 졸업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아직 졸업 후의 처신 문제 해결에 자신을 갖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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