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속으로

북의 상호 비방 중지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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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4년 1월 18일자 30면>
이중적인 북 태도 … 도발에도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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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회가 16일 남북 상호 비방 중지를 제의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한·미 정부가 나란히 거부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17일 “북한은 우리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시비할 것이 아니라 과거 도발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훈련은 전혀 변경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비방·중상 중지 제의에 대해 “남북 간 합의를 깬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로써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에 이은 박근혜 대통령의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 제의로 주목되던 새해 남북관계는 다시 불투명해졌다. 이산가족 상봉도 쉽지 않게 됐다. 북한 국방위는 자신들의 제안 실현을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북한 국방위의 이번 제안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비방·중상 중지라는 평화공세를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긴장완화 카드가 남한 사회의 보수화 경향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남한의 진보 진영은 북한의 인권 문제와 햇볕정책 보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제안은 군사적 도발과 무력 시위의 명분 축적용일 수도 있다. 남측이 현 단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한·미 연례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의 중지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은 연합훈련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북한도 지난해 말부터 각급 부대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서해 5도와 육·해·공에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겠다고 한 점은 주목거리다. 동계훈련의 중단이나 전방 배치 무기의 후방 이동, 대남 전단 살포 중지가 예상된다. 그 자체로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겠지만,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이 대남 비난이나 무력 시위·도발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한겨레<2014년 1월 18일자 23면>
북의 ‘중대제안’, 남북 직접 만나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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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17일 북한이 전날 저녁 내놓은 ‘중대제안’에 대해 일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잘못이다. 북쪽 행태가 다소 거칠고 제안 내용에 미심쩍은 대목이 있더라도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올바른 길이다.

 북쪽 제안은 상호 비방 전면 중단, 키리졸브·독수리 군사연습 등 상대를 자극하는 모든 행위의 전면 중지,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처 등 크게 셋이다.

이 가운데 북쪽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 합동으로 2월 말부터 3월까지 실시되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이 연습 기간을 전후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크게 높아진 바 있다. 북쪽으로선 이 연습에 맞서 내부 동원체제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큰데다 평화를 지향한다는 명분 축적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쪽 제안을 꼭 전술적인 것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이달 초 발표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이후 북쪽 행태를 보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이어지고 있다. 핵 문제를 남쪽과 논의하겠다는 것도 이전과 다르다.

 정부 판단은 북쪽 제안이 진정성이 없으며 북쪽이 먼저 과거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9월 이후 북쪽 행태가 신뢰성이 떨어지고 내부 사정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최근 북쪽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평화공세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가 북쪽에 대해 의심과 불신을 나타낸다면 북쪽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를 잡기가 쉽지 않으며,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인 대결이 재개될 수 있다.

 정부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 방어적인 성격의 연례 훈련이므로 북쪽이 시비를 걸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남북 모두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다. 북쪽의 상응하는 조처를 전제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규모를 조정하거나 북쪽의 참관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처’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쪽이 당장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만 해서는 핵 문제 논의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잡기가 어려워진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쪽도 자신이 공언한 대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서로 의지가 있다면 논의하지 못할 사안은 없다. 객관적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논리 vs 논리
중앙 “북 제안 진정성 의심” 한겨레 “남북 관계 개선 계기로”

지난 1월 16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상호 비방·중상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중단,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상호 조치 등을 담은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 제안’을 갑자기 내놓았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된 상황이었던 만큼 제안의 진의 판단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입장이 나왔다. 남북 갈등의 상징적 활동 중 하나가 남북 간 상호 비방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북이 갈린 뒤 지금까지 남북은 끊임없이 상대를 향한 비방을 계속해 왔다. 심한 경우에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과 폭언 수준의 비난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남북 비방을 즉시 중단하고 동시에 상대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자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제안의 배경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도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이중적인 북의 태도’를 정확히 읽어야 하고, 또 다른 도발을 위한 술책이 숨겨져 있는지를 신중하게 살펴서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거부’ 입장인 반면, 한겨레는 무조건 의심부터 할 게 아니고 일단 ‘남북이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해보고 가능하면 남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수용’ 입장을 보인다.

 북한의 이번 제안을 놓고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온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제안의 내용과 의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과 그보다는 일단 수용하고 서로 만나서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활용하자는 시각이 맞선다. 중앙일보는 ‘북한 국방위의 이번 제안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면서 ‘비방·중상 중지라는 평화공세를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무력 시위·도발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일견 전술적인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를 순전히 전술적인 것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이후 북쪽 행태를 보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핵문제를 남쪽과 논의하겠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이번 제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해서도 두 신문은 분명하게 서로 다른 주장을 편다. 중앙일보는 북한이 상호 비방 중지를 제의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한·미 정부가 나란히 거부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비방·중상 중지 제의에 대해 남북 간 합의를 깬 것은 북한이라는 통일부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제의 자체에 신뢰성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남북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도 만전을 기하라는 주문까지 덧붙이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교수

 한겨레는 우리 정부가 북한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 일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잘못이라고 전제한다. 북쪽 행태가 다소 거칠고 제안 내용에 미심쩍은 대목이 있더라도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는 분명히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이라는 당부까지 하고 있다. 남북 간 논제들은 대부분 내용도 그렇지만 제안 시기, 방법 등 상황적 요인들도 복잡하고 이를 해석하는 관점과 시각도 다양하다. 이번 북한의 제안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앙일보도 북한이 남한을 자극하지 않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겠다고 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동계훈련이나 전방배치 무기의 후방 이동, 대남 전단 살포 중지 등을 예상하면서 그 자체로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겨레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북쪽 행태가 신뢰성이 떨어지고 내부 사정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서로 다른 시각에 대한 부분적인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남북관계는 복합적이고 이중적이다.

김기태 호남대 교수

▶다음 주 논점 삼성 총장 추천제
2월 18일자에는 삼성 총장 추천제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류대성 흥덕고 국어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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