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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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심은 역시 남북대결에 집중되는 것 같다. 우리 여자배구 「팀」이 북한 「팀」을 맹타한 것은 화제의 꽃을 피우고 있다. 번번이 국제무대에서 수세로만 몰리던 시합이 이번 「아시아」 경기대회에선 영봉에다 「더블·스코어」로 역전되었다. 외신의 전송사진은 우리선수들이 통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뜨거운 눈물이었으리라.
유명한 「동양의 마녀」 이야기가 있다. 64년 동경 「올림픽」 때 일약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 일방여자배구「팀」. 당시 천하무적으로 알려져 있던 소련「팀」과의 대전이었다. 이 때도 일본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승리를 기뻐했었다.
그러나 당시의 화제는 그 승전담보다는 일방「팀」을 길러낸 감독의 집념 쪽에 더 자자했었다. 「다이마쓰」(대송박문)라는 감독은 일본 방직공장의 수수한 여공들 가운데서 후보선수들을 골라 「팀」을 만들었다. 그는 이들 여공이 공장 일을 끝마치고 난 다음의 여가를 이용해서 훈련을 시켰다.
감독이 착안한 것은 「스피드」의 개발이었다. 체력으로나, 신장으로나, 적수를 당할 수 없는 것을 그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벽을 뚫는 길은 오로지 「스피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유명한 「낙엽전법」이라는 「서브」는 그래서 생긴 것이다. 또 땅바닥에 쓰러지면서 번개처럼 「볼」을 쳐 올리는 회전 「리시브」도 개발했다.
하지만, 「다이마쓰」감독이 훈련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정신력이었던 것 같다. 그는 『하면 된다』는 독선적인 맹신을 실천에 옮겼다. 그가 훈련 중에 입버릇처럼 말한 것은 『자기를 이기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공리나 이기의 조그만 유혹도 뿌리치고 「보다 큰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일종의 정신훈련인 것 같다. 「팀워크」로 이루어지는 「스포츠」에선 그것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기본정신이다. 「다이마쓰」는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스포츠」가 특히 「팀워크」에 약하다는 것은 좀 생각해볼 일이다. 개인이 참가하는 종목들에서는 「메달」이 탄생하는데 「팀워크」로 이루어지는 조직경기에서는 번번이 약점이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협동의식과도 관계가 있을 것 같다. 마음의 어느 한구석에 이기와 공리적인 타산이 오가면 「볼」은 더 좋은 기회를 가진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배구는 다른 경기와는 달리 좁은 「코트」속에서 순식간에 공격과 수비가 이루어진다. 그만큼 선수들은 기민한 판단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훈련과 정신력의 집중은 필연적이다.
이번 북한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그런 결과일 것이다. 「스포츠」에서의 우연이란 거의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이젠 세계제패도 한번 발돋움 해봄직하다. 「한국의 마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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