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세속화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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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독교의 세속화」를 주제로 한 서울YWCA 수요강좌가 지난 28일 열렸다. 한국 신학대 정웅섭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오늘날 세속화사회의 기독교는 같이 세속화해야 하며 세속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때 교회는 더욱 쇠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현대세속사회의 특징이 합리적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비스러움이나 종교적인 것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발전하려면 교회가 세속사회의 문제에 해답을 주기 위해 세속화해야한다고 말하고, 이 경우 세속화는 비속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세속화시대의 형성과 특징부터 실명한 정교수의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세속화의 시대는 전근대적 사회로부터 근대적 사회로 넘어 오면서 형성됐다. 전근대적사회는 자연이 신비의 「베일」을 쓰고 있는 사회로 종교적인 감성이 강했다. 나라는 신화를 가져 신에 의해 창조됐다고 생각했고 통치자도 신을 대리한 신성한 존재였으며 관습·제도 등도 종교적 성격을 띠어 불가침의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합리주의 정신이 이 신비로운 「베일」을 걷고 종교적 요소를 씻어내기 시작했다. 종교적 힘, 신비로운 힘, 초자연적 힘이 아니라 인간의 힘을 믿게됐고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세속화시대는 인간생활에서 종교적 요소가 하나씩 없어지고 인간이 이성을 발견함으로써 종교의 보호 없이 이성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신념을 얻은 시대이다.
세속화시대는 그 전까지 비합리적·비과학적 인간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시대며 하나님은 인간이 참인간으로서 사는 것은 원한 바와 같이 인간이 인간성을 회복한 시대다.
그러나 세속화사회가 되면서 전래의 가족제도와 지역적 공동사회가 붕괴했고 인간은 개별적 인간이 되어 대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게 됐으며 비속화되기 쉬운 새로운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세속화시대 인간의 특징은 실용주의의 제물이 되고 있으며, 불경성을 갖게된 점이다. 인간은 무엇을 하든지 실용적인 효과에 관심을 두게됐다.
일상적인 것 물질적인 것에만 몰두함으로써 당장 효과가 없고, 미래를 약속하고 추상적인 것인 지금까지의 종교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전근대에는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 하나님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그 실이 관심의 초점이었는데 비해 근대에는 그 질로 바뀌었고 다시 현대에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하는 그 능을 따지게 됐다.
이러한 현대의 물음에 지금까지의 기독교는 그 해답을 줄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교회는 예배중심의 교회였고 예배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했다. 교직자의 권위만 높였지 참다운 의미의 교회형성을 하지 못했다.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고 모든 사람을 위해 교회가 존재하지 못했다.
오늘날의 교회는 세속화사회가 밀려오니까 아예 문을 닫고 사회와는 단절됨으로써 교인들의 생활에는 모순현상이 일어나게 됐다. 간단한 예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교회 안의 생활과 담배를 피우는 교회 밖의 생활이 다른 2중성을 띠게 된 것이다. 현대의 교회는 세속사회 속에 깊이 들어가 진리와 부딪치고 악에 대항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부터 개혁을 해야한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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