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치켜들고 애써 태연한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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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통령저격범 문세광이 송치된 24일 하오 검찰청주변과 건물내부에는 사고에 대비해 엄중한 경비가 펼쳐졌다.
하오2시쯤 검찰청 전직원이 퇴청하자 모기관의 자체 경비원과 20여명의 정사복 경찰관이 청사에 이르는 통로 및 각층복도·조사실의 보안을 사전점검했고 문의 압송「코스」에는 10여m 간격으로 사복경찰관들이 삼엄한 경계를 폈다.
문이 검찰청에 송치된 것은 하오4시45분. 앞뒤로 4대의 경찰 「사이카」와 3대의 경호차의 호위를 받으며 문이 탄 서울1다9939호 검은색 「코로나」가 검찰청정문에 도착, 50여명의 사진기자들로부터 「플래쉬」세례를 받았다. 문은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안경을 벗고 국립의료원의 표시(NMC·M)가 있는 아래위 연두색환자복차림에 검은 고무신을 신고있었다.
문은 차에서 내릴 때 몰려든 보도진에 흠찟 놀라는 표정이었으나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때로 웃는 여유까지 보이기도 했다.
말끔히 면도를 해 혈색이 좋아 보이는 문은 범행때 입은 총상이 대체로 완쾌된 듯 눈에 띄게 절지 않는 자세로 양측에서 부축하는 2명의 수사요원과 M-16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의 호위로 보도진 속을 헤치고 검찰종합청사 서쪽문을 통해 「엘리베이터」속으로 들어갔다.
한 수사관은 『문의 상처는 수술한 자리의 실을 뽑고 완전히 아물었다』며 『가끔 식사를 거부해 애먹었다』고 말했다.
심문이 끝난 하오9시40분 긴 심문 탓인지 검찰청사에 도착할 때와는 달리 몹시 피곤한 듯.
「카메라」와 「플래쉬」세례를 받으면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고개는 숙이지 않아 청사주변에 모였던 5백여 시민들로부터 『죽일 놈』, 『뻔뻔스러운 놈』이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수사관들이 차안으로 떠밀어 넣자 문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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