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다…대통령저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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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성스러운 광복절식장을 피로 물들인 대통령 저격사건은 온 국민의 격분을 사고 있다. 흉탄은 천우신조로 대통령에 맞지 않았고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나 육영수여사가 운명하게되어 국민의 슬픔은 걷잡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범인이 철부지 23세의 재일동포로 밝혀져 국민들을 더욱 허탈케 하고 놀라게 만들고 있다.
이 범인은 재일본 대한청년동맹의 일원으로서 평소에도 공산주의서적을 탐독했고 한국영사관등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과격파로 알려졌다. 범인이 단독범인지 그 배후에 한국청년동맹이나 조총련이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23세의 애숭이 청년으로 하여금 국가원수저격을 감행하게 한데에는 일본의 조총련계 선전의 영향이 컸지 않았나 생각된다. 범인은 방안에까지도 김일성 사진을 걸어 놓고 이른바 「남조선」해방 등 문구를 써넣은 것을 보면 그런 추측이 가는 것이다.
우리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조총련을 비롯한 일부 재일좌경 교포들의 위험주의적 폭력 경향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정부로서는 여권발급절차가 우리나라처럼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사전적발을 못했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범인 문의 사진이 첨부된 여권발급신청서를 일인 길천의 이름으로 여권을 발급해 주도록 행정절차가 소홀해서야 누가 일본여권의 공신력을 믿게 될 것인가.
우리나라의 대판 총영사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은 민단계에서까지 제명된 과격극렬분자의 집단인 한청 대판시 생야지부 부위원장까지 지낸 요주의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인명의의 여권을 보고 그냥 관광「비자」를 내주었다고 하니 그 소홀함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수많은 「비자」신청이 오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할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대판지구는 재일동포가 많아 그 사상적 지도뿐만 아니라 동포현황 파악이 가장 잘되어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요주의 인물까지 식별하지 못하고 위명 여권의 「비자」를 발급했다는 데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입국절차에 있어서도 권총까지 불법 반입할 수 있도록 허술했으며 또 광복절 식장 입장에서도 「리번」대조나 휴대품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믿어지지 않는다. 사회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흉악범이 무기를 가지고 들어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단대조나 몸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일동포나 재미동포까지 입장하는 대통령 임석식장의 경비치고는 지나치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도록 정부당국은 국가원수의 경호에 철저를 기해주기를 바란다.
이제 범인이 체포되었기에 그 배후관계도 곧 밝혀질 것이고, 입국경위나 입장경위 등도 소상히 밝혀질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허술했던 입국관리와 입장관리의 책임을 규명하고 앞으로는 다시 그러한 일이 절대로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방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흉한의 탄환에 숨져간 고 육영수여사의 명복을 빌고 또한 유탄에 숨져간 장양의 넋을 달래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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