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열 형을 애도함-조동필<고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형! 지현!
이제는 불러도 대답이 없구려. 이 어이된 일입니까.
세상에는 생각지도 않던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 무슨 변입니까. 어제까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는 학기의 강의를 걱정하였는데 이 무슨 변입니까. 아침까지도 씩씩한 모습으로 산을 탄다고 집을 나갔다는데 이 무슨 변입니까. 한스럽기 짝이 없읍니다.
사람도 생물이라 언젠가는 한번 죽음을 경험한다고는 하지만 이형은 너무도 빨리 그 『불가피한 길』을 가셨습니다. 아직도 젊은 후학들에게 가르칠 일이 많고 또 이 사회가 형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고 있는데 형이 이같이 빨리 세상을 떠나시다니 서글프고 안타까운 마음 한이 없읍니다.
형은 전공하는 분야에 있어서 학리적인 면에 있어서만 밝았을 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면에 있어서도 밝으셨읍니다. 특히 국제경제나 화폐 금융 면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일가견을 가지셨습니다. 이제는 이형의 그 범상치 않은 식견을 들을 기회도 없습니다 그려. 한없이 섭섭하고 한없이 허전하기 짝이 없읍니다.
또한 형은 퇴락을 모르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역경을 역경으로 생각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꺾일 줄 모르는 그 의지와 쉴새없이 계속하는 그 노력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이형만의 자랑이었읍니다.
내가 알기에는 이형은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분이지 뒤를 돌아보고 살아온 분은 아닌 줄 압니다.
그 얼마나 강한 일입니까.
지현! 우리가 서로 다정하게 부르던 이 아호도 이제는 부를 일이 없게되었으니 이 무슨 서글픔입니까. 좌중의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또 좌중의 사람들을 감동케하였던 그 다재다능한 형의 모습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섭섭하기 짝이 없읍니다.
이제 형과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으니 이러한 넋두리가 모두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형!
죽음은 생물에 있어서 종말을 의미하고 또한 부가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 놓았습니다. 형은 이 세상을 하직하셨지만 많은 저 같은 젊은 후학들에게 배움의 형침이 될 것이며 또한 형의 인생은 역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할 것입니다.
형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공부를 하였고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 모든 가능성을 현실화 하였기 때문입니다. 형만이 자랑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지현! 또 다시 형의 아호를 불러봅니다. 형의 대답이 없는 아호를 부르니 한스럽습니다.
이형! 이제 먼길을 떠나십니다. 부디 명복 하시옵소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