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연탄파동…갈피 못 잡는 시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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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여름철에 때아닌 연료파동이 몰아쳐 소비자들만 어리둥절하고 있다. 20일부터 연탄 기록판매제가 실시된다는 발표가 있자 전국주요도시의 시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당국의「이랬다 저랬다」하는 정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심각한 유류파동을 체험한 시민들은『「에너지」소비절약으로 연탄사용을 권장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연탄사용을 억제, 유류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언제 또다시 유류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나올지 모를 일』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번 발표로 가장 골탕을 먹는 곳은 지난해 유류파동으로 유류 사용에서 연탄사용으로 시설을 바꾼 각 가정과 다방, 요식업, 목욕업소, 숙박업 등 접객업소들.
이들은 이번 조치에 따라 시설을 다시 유류 사용으로 바꾸려면 엄청난 시설비를 투입해야 하며 연탄을 사용했을 때보다 연료비가 2∼3배 가량 더 들기 때문에 각종 비용,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일러 시설 한집 연료비 2배 들어>
▲가정=지난 유류파동 때 값이 싼 연탄「보일러」로 대치했다는 김인배씨(65·서울 영등포구 신길2동)는『연탄의 공급이 중단돼 유류「보일러」로 시설을 바꾸어야 하니 당국의 잦은 정책변경 때문에 서민생활만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시설변경 또 돈 들어>
▲음식점=서울 중구 충무로2가51 대원식당 주인 김성찬씨(39)는『하루 22공탄 10개·31공탄 7개씩 땠는데 앞으로는 연탄아궁이를 일부 고쳐「프로판·가스」를 더 많이 사용하겠다』면서 비용이 줄잡아도 20만원은 들것이라고 울상.
지금까지는「가스」사용료가 하루 6백원씩 들었으나 앞으로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사용 위험 걱정>
▲다방=31공탄을 사용, 「코피」·홍차 등을 끓이던 서울 중구 저동47 진주다실(주인 이순계·35·여)에선 주방에서 하루 중탄 5개씩을 썼으나 중탄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10만원을 들여「프로판·가스」시설을 할 예정이라며「가스」사용료는 하루 1천 원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프로판·가스」를 사용함으로써 종업원들의 부주의에서 일어나는「가스」사고의 위험도 커졌다고 걱정했다.

<제품규격 변경해야>
▲연탄「보일러」상=서울 을지로3가 고려「로켓트·보일러」상등연탄「보일러」제작업자들은 작년의 유류파동 이후 크게 재미를 봤으나 이번 조치로 찾는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에도 많은 손님이 찾을 것에 대비했으나 이제는 중 탄의 생산금지로 소 탄에 맞게 규격을 개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당국의 정책변경을 원망했다.

<작년에 고친 시설 금년에 또 고칠 판>
▲여관=서울 종로구 인사동80 인성여관 주인 한창현씨(40)는 지난해 겨울에 15만원을 들여 연탄「보일러」를 설치, 겨울철에 하루 중탄 30장씩 써 왔는데 이번 방침에 따라 유류「보일러」설치문제로 고심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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