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수난…도심서 쪽제비에 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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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약·쥐약 등으로 농촌에서도 보기 어려워진 족제비가 오히려 서울의 도심에 살면서 어린이들을 마구 무는 등 한여름 족제비 수난이 한창.
5일 하오 3시쯤 서울 도봉구 미아 6동 18통 11반 박종섭씨 (39·노동)의 맏아들 선만 군 (10·송천국 3년)과 박씨의 사촌인 이웃의 박종호씨 (36·「택시」운전사)의 2녀 선희 양 (6)이 족제비에 오른쪽 손가락을 물어 뜯겨 중태에 빠졌다.
이들은 물린 손이 완전마비가 된 채 6일 상오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박종섭씨 집 마당에서 고무물총을 갖고 놀다가 물총을 굴뚝 밑 쥐구멍에 떨어뜨려 이를 꺼내려고 오른손을 넣었다가 차례로 물렸다는 것.
부엌에서 일을 하던 박씨의 부인 김매월씨 (36)는 이들이 안방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놀다 지쳐 누워 있는 줄 알고 버려 두었는데 방에 음식물을 마구 토해 놓은 것을 보고서야 무슨 변을 당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만 군에게서 족제비라는 신음 섞인 말을 듣고 손에서 피를 빨아 뱉고는 송천 국민학교 옆에 있는 제중의원에 입원시켰으나 오른팔이 마비된 채 의식을 되찾지 못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정형욋과 수석의 김인수씨는 이같은 경우는 처음C보았다면서 『신경C계통에 독성이 들어가 마비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암 파출소 조용철 순경과 주민 박성철씨 (33) 등은 밤늦게 부근 산이나 안암천가에서 고양이만한 족제비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말했다.
창경원 위생과장 김정만씨는 족제비의 특별한 독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단 물려 파상풍균이 옮기면 생명을 잃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족제비는 우리 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산림 지대가 아닌 민가 가까이에 있는 밭둑이나 담 밑에 살면서 들쥐·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다는 것.
모피 값은 1장에 1천원을 하며 우리 나라에서는 해마다 10만마리 정도를 잡아 미국·「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연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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