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일 및 외교정책-「한반도 주변 정세와 남북한관계」학술회의 중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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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대화의 평가>-박준규(서울대교수)
남북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 중에는 대화가 시작된 2년전의 상황과 현재사이에 두드러진 정세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한다.
첫째 북한이 대화를 시작하면서 기도했던 남한에 대한 선전활동과 선동을 통한 사회혼란이 예상외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둘째는 미·중공 관계가 초기의 극적인 전개과정과는 달리 다시 소강상태로 환원되어가고 있으며 셋째는 중공의 소련에 대한 군사적 취약성(특히 핵무기분야를 포함)이 급격히 체감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같은 상황의 변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에서 얻는 실재보다는 손실이 더 크다는 생각을 갖게 하여 이제까지의 남북대화에 임하던 태도를 돌변시켜 최근의 잦은 무력도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전면전쟁이냐, 전면협상이냐의 양자 택일을 강요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대화의 전면거절이나 전면전쟁의 도발을 스스로 삼가고 있는데 이것은 모든 책임을 남한으로 돌리도록 하는 고차적인 전술에서 나온 것이다.
대화를 전면 중지시키지 않는 것은 남북대화의 성취를 위해 이룩된 남한의 유신체제가 그 소기의 목적을 성취시키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지탄을 받도록 유도하여 한국정부와 국민을 이간시켜 내부분열을 촉진시키려는 저의도 있다.
이같은 북한의 고차적인 전략을 감안할 때 우리는 남북대화의 의의와 성격을 재검토하여 안보 및 대외정책수립에 대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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