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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피아」 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3천년의 황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제국 「이디오피아」의 「하일레·셀라시에」는 두개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다.
81세의 그는 세계 각국의 원수 중에서도 최연장자이다. 또한 통치 44년이란 세계 최장 기록을 가진 군주이기도 하다.
「솔로몬」왕과 「시바」 여왕의 제2백25대의 후예인 그에게는 칭호도 많다.
『「유타야」족의 사자왕』, 『왕중의 왕』이라는 칭호 외에도 현행 「이디오피아」의 헌법에는 『신의 아들』이라고 명문화되어 있기도 하다.
「셀라시에」 황제의 위업은 많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아프리카」 통일 기구 (OAU)의 산파역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이디오피아」에서 지난 28일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그 수도는 군부가 완전 장악하게 되었다.
군부의 반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도 병사들의 봉급 인상, 오직·부패의 일소를 요? 년전 12월에도 독재 정치에 반대하는 청년 장교들의 「쿠데타」가 있었고, 황제의 암살 미수 사건도 몇 번인가 있었다.
이밖에 「셀라시에」 황제를 가장 괴롭혀 온 것은 「에리트리아」주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봉기한 「에리트리아」 해방 전선의 12년에 걸친 무장 투쟁이다. 그러나 「이디오피아」 제국을 위기로 몰아넣은 최대의 요인은 또 다른데 있다.
「이디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꼽힌다. 인구의 거의 전부는 농민이며, 도시 인구는 8%에 지나지 않는다. 또 농민의 거의 전부가 소작농이다.
별다른 자연 자원도 없으니 가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몇 해전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4백만명 이상의 인구가 기아 상태에 놓여있다. 이토록 극심한 가난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이 「오일」 위기였다. 정치의 부패를 규탄해 온 군부의 「쿠데타」에 학생·노동자들이 호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늙어 있는 것이다.
지난 2월에 있던 총파업 소란 중에 황제는 궁전에서 나와 빈민가의 시장에 가서 차창으로부터 2백원짜리 지폐를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에리트리아」 해방 전선에 대해서는 『한 주먹의 산적들』이라고 밖에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황제인 것이다.
그가 믿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충성심이다.
아무리 군부가 「쿠데타」를 기도해도 모두 그에 대한 충성만은 잊지 않고 있다. 이번의 「쿠데타」도 황제에 대한 충성을 내세우고는 있다.
그러나 「이디오피아」 제국이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뭇솔리니」의 침략도 끝내 저항했던 자랑스러운 역사, 「아프리카」 독립의 산파였다는 지난날의 영광도 가난한 오늘의 현실을 도저히 이겨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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