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탕트』는 평화란 이름의 시장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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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르뭬이」 「오솔로」 대학국제평화연구원 원장 「요한·갈퉁」 박사는 한국국제관계연구원주최학술회의에 참가, 「데탕트」에 관한 연설에서 「데탕트」를 순전한 경제적현상으로 설명하는 비정통적인 견해를 피력, 관심을 모았다. 72년 일본경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도 한국문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바 있는 「갈퉁」 교수는 「유럽」 학계에서는 그권위를 인정받는 등 「아시아」 문제전문가로 일인여자와 결혼했다. 다음은 본사외신부 장두성차장이 「갈퉁」교수와 나눈 대담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분단국문제를 연구한 학자에게는 늘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독일문제와 한국문제사이에는 어떤 유사성이 있으며 또 어떤 차이가 있다고보는가?
답=근본적인 차이가있다. 독일의 경우 분단의 계기가된 전쟁의 원흉은 바로 독일 자신이었다. 독일은 침략자였고 동시에그 침략의 희생자였다.
따라서 독일의 이웃나라들은 독일의 분단이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보고있으며 독일인 자신도 극우분자를 빼고는 모두분단을 인과응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분단의 계기가된 전쟁의 원흉은 일본이었다. 그런데 이로인한 희생(분단)은 침략의 피해자였던 한국이 짊어지게 되었다. 이때문에 독일과는 달리 한국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주의가 강하며 그런 점에서 나는 한국문제에대해 감정적인 공감을 깊이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독일과 달리 민족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의 경우는 분단을 감수하겠다는 양독의 입장이 분단을 지향하는 주변 세력관계에 부합했기 때문에동·서독간의 평화공존이라는 해결책을 순조롭게 유도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국제정치의 주류는 분단을 추구하고 있지만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주의가 이에 역행하고 있기때문에 문제해결은 어려운 것이다.
-좀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데탕트」가 동서세계에대해 갖는 현실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다시말해 긴장완화라는 상투어 밑바닥에깔린 동서진영의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가?
답=세계의 교역추세를보면 이렇다.
미국은 서구에 대해서 사는것보다 파는것이 많고 서구·동구사이에는 서구쪽이 동구에 대해 사는것보다 파는것이 많고 동구·소련사이의 관계로보면 동구쪽이 소련에대해 사는것보다 파는것이 많다.
이러한 현상을 조감해볼때 서구가 점진적으로 공산세계를 시장화하고있는 추세를 눈치챌수있다.
자본주의체제는 구조적으로 팽창을 필연적 속성으로 하고 있는데 서구실업가로서는 공산세계를 그들의 시장으로 만드는것이 항상 꿈이었다.
공산세계에는 자본주의가 시장의 요건으로 지극히 좋아하는 「법과 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 그들의 구미를 더욱 돋군다. 그런데 이런식의 시장개척을 「평화」라는 미명을 붙여서 하게되었으니 그 이상 바랄게없다. 「키신저」 외교란 바로 이런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입장을보자, 「마르크스」 주의자들이란 원래 빈곤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약속을하는 버릇이있다.
그런데 약속이 해가가도 지켜지지않고 서구의 장난감들(소비상품)이 솔솔 새어들어오게되니 불안을 느끼게 된것이다. 이들은 이소비품의 밀수출방지의 방법으로서 이소비제품들을 합법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서구와의 「데탕트」추구라고 할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여기에는 엄격한 한계가 있다.
-귀하는 발표논문에서 한국이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한 방법으로서 중공·통일한국·일본의 우호관계수립을 제시한바 있다. 현재 여건으로 볼 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답=생각보다는 그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당한 훗날의 이야기긴 하지만…. 현대란 서구의 「아시아」 침투가 그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화적으로·경제적으로 동일권에 속해있던 중국과 일본이 현재처럼 이념적으로 분열된것도 따지고보면 서가의 침투때문이었다. 현재까지 경제체제면에서 자본주의세력으로서 서양의 미국과 동양의일본이 손을 잡아왔고 「사회주의」세력으로서 서양의 소련과 동양의 중공이 손을 잡아왔다.
그러나 이미 중공과 소련은 결별했으며 일본과 미국도 점점 분리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가장 큰 의문은 일본과 중공사이에 어느만큼 강한인력이 작용할수있느냐는데 있다. 「집단주의」를 주축으로하는 동양인의 사고방식과 「개인주의」를바탕으로한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갈라놓고볼 때 일본과 중공의 문화적 유대는 크다. 모택동사상과 「소니·라디오」의 결함이 이루어진다면 그사이에서 통일한국이 동일한 자격으로 가담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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