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가 정책은 증산과 직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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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72년 5월 이후의 전국도매물가지수는 51%가 오른데 비해 같은 기간의 쌀값은 25%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식량자급률은 같은 기간 중 크게 떨어져 70%에도 미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식량자급계획과 현실이 괴리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라 하겠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곡가 정책이 증산과「링크」되지 않고 물가정책에「링크」돼 있는 한국적 현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식량자급계획상의 자급목표연도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 이월되어 왔었는데, 이제 와서는 그 식량자급계획 자체를 사실상 포기하고, 그 개념을 축소시켜 주곡자급계획만을 내세우는 단계로 후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와서는 식량자급이 아니라 주곡자급만을 목표로 한다 하더라도 그 목표가 실현된다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정도의 실태로 농정이 후퇴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이 같은 추세는 결코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며, 여기 농정에 대한 기본자세를 대담하게 전환해야할 필요가 절실하다.
국제식량사정은 단기적으로는 비록 기복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공급부족상태가 심화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곡가는 앞으로 계속 상승추세를 지속할 것이며, 식량부족국가는 이 같은 곡가 상승에 따른 계속적인 국제수지압박을 당연히 예상해야 한다.
한편, 경지면적 이용률이나 단당 수확고, 그리고 농업인구의 비중 등으로 보아 증산시책을 강력히 밀고 나간다면 우리에게는 식량자급의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므로 정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한다는 기본자세만 갖추어 진다면 식량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당면과제일 것이다.
우선 공업화를 통한 수출증대로 부족해지는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자원의 최적배분이라는 경제원칙에 부합한다는 가정을 계속 고수할 것이냐, 아니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냐를 근본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이상, 농정은 고곡가 정책에서 저곡가 정책으로, 또는 그 반대방향으로 자주 부동하게 마련이고, 그 때문에 농정이 농민의 적극적인 참여의욕을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4반세기 동안 고곡가 정책을 조금도 흔들림 없이 집행해서 쌀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감작 정책까지 집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깊이 음미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농업은 원래 다양할 뿐만 아니라 제한된 경지에서 가장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완전경쟁을 하는 산업이므로 농민의 자발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농정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주곡을 증산하라고 독려해도 고등원예가 유리하면 토지는 그쪽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주곡생산이 유리하면 아무리 묘목생산을 장려해도 토지는 주곡생산에 이용되기 마련일 것이다.
이처럼 농업이 경쟁원리에 따라서 움직이는 전형적인 산업일진대, 경제적인 유인을 주지 않고 증산을 계획한다는 것은 농업의 본질자체를 이해치 못하는 정책이라 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농정의 초점은 당분간 주곡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임을 되풀이 강조한다. 주곡중심으로 농정을 집행해야만 주곡생산에 할당되는 경지면적의 감소추세를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농이다, 상품 농이다, 또는 목축이다 하고 농정의 초점이 분산되는 한, 주곡생산은 결국 추세적인 낙후를 면키 어렵다.
요컨대 농가소득의 증대를 농업의 다각화나 기업화에서 구하는 한, 주곡생산은 상대적으로 낙후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곡자급계획을 강력히 추진하려면 곡가의 상대적 우대를 통한 농가소득의 향상이란 기본 선을 흔들림 없이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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