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AI 방역초소 앞에서 반드시 서행 운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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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주 천안서북경찰서 쌍용지구대 경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전국이 비상이다. 일선 경찰서 직원들도 방역초소에 투입되는 등 AI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처음에는 안심 지역인 것 같았던 천안도 AI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이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 차단방역을 위해 가금류 집단사육단지를 중심으로 방역통제초소를 추가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면역력이 약한 닭이 감염돼 AI 확산도 빠를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명절이 지난 후 추가 확진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방역초소에 투입돼 근무를 서다 보니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하의 날씨 때문에 소독액은 얼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해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지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이 방역초소 앞에서 서행을 유도함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통행하는 운전자들 중 일부는 소독약이 묻을 새라 재빠르게 지나가기도 하고 짜증 섞인 불만을 토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방역초소 도로에 소독약제를 살포했을 경우 차가운 날씨 때문에 약제가 도로에 얼어붙을 수 있다. 방역 요원들이 결빙된 노면을 즉시 제거한다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방역 요원들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서행 운전을 유도하고 있지만 일부 차량들은 고속 질주로 방역초소를 지나쳐 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 2년 전에는 구제역 방역 초소에서 차량 통제를 하던 군인 한 명이 숨지고, 전경 한 명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 역시 운전자가 서행 운전을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또 방역초소에서는 차량은 물론, 사람의 이동에도 방역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이 방역초소에서 과속을 한다면 많은 사람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현재 AI 확산이 전국적인 문제인 만큼 가급적 AI 발생지역이나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고, 주변지역을 통행할 때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완벽하게 소독 돼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운전자의 안전과 방역 요원 및 통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방역 초소 앞에서는 반드시 서행해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하고 싶다.

박성주 천안서북경찰서 쌍용지구대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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