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중동 순방으로 급조된 「미 외교의 승리」…소와 서구의 불만 어떻게 해소할지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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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 미 대통령의 최근 중동순방은 정년3차 종속 전쟁이래 친소·반미로 기울던 이 지역의 세력균형을 극적으로 친미 쪽으로 기울게 한 일대승리를 미국외교에 안겨줬다. 중동 전 자체의 문제로서는 두개의 전선에서 양군격리를 실현시킨 것 외에 정작 중동문제의 핵심이 되고있는 「아랍」, 「이스라엘」간의 평화공존 원칙의 합의, 「팔레스타인」 인들에 독립국을 수립해주는 문제, 「예루살렘」 등 「아랍」 측 실지를 회복 시켜주는 문제 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군사격리 협상을 마무리짓는 과점에서 얻은 부산물인 「이집트」 「시리아」와의 국교회복은 앞으로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적 절충을 할 수 있는 확고한 토대를 제공 해주었다. 이런 점에서 이부산물은 군사격리 협정자체보다도 더 큰 의의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이 어려운 협정을 급히 마무리시키기 위해서 「키신저」가 벌인 외교 행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무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소련과의 관계이다. 소련은 지금까지 그들의 영향력을 크게 작용했고 4차 중동 전 중 「아랍」 측 전력을 지원했던 만큼 휴전작업이 미국의 독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키신저」의 활동기간 중「그로미코」가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바로 소련의 이 같은 우려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소련의 우려는 중동지역의 불안 요소로서 남게되고 「키신저」의 성공을 피상적인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둘째 미국이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다같이 핵 지원을 하기로 한 결정이다. 물론 미국의 핵 지원이란 그 자체로서 중동지역의 핵 확산을 가져올 수 없는 미약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아랍」, 「이스라엘」 간의 본질적 적대관계의 해소를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전쟁의 자극제가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나토」에는 핵무기까지 제공하면서 이의 사용권을 엄격히 관장하고 있는 미국이기 때문에 중동지역에 대한 원자로 지원정도를 규제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핵의 「소스」는 미국뿐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 문제는 남는 것이다.
세째 서구 측의 반향이다. 서구는 이제 겨우 미국과의 마찰을 극복하고 신 대서양 헌장이라는 명목상의 화해문서를 서명하게 되었지만 지난 수년간 심화되어온 미-EC간의 불신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자신의 남부변경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동에 미국이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핵 기술 지원까지 약속했다는 것은 기존 불신에 또 하나의 요인을 더한 것이다.
「키신저」 외교의 이와 같은 급조현장을 어떻게 시정, 그 충격을 완화시키느냐는 커다란 과제가 소련방문을 앞둔「닉슨」 대통령의 앞에 던져지고 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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