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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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주말에 발표된 장마예보는 좀 앞당겨질 것 같다. 중앙관상대는 벌써 오늘부터 영·호남지방에 호우주의보를 내리는 동시에 장마전선의 접근을 예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이 달 하순인 6월23일께부터 7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약 3주일에 걸쳐 장마가 찾아오리라는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 나라 장마는 이 짧은 기간 안에 1년 강우량의 3분의1 내지 4분의1이나되는 비가 쏟아져 내림으로써 논둑을 무너뜨리고 초가집채를 떠내려보내는 천재·수재를 몰고 왔다.
근년에 와서는 이에 덧붙여 장마철이 되면 축대가 허물어지고 건물이 도괴 되는 신형피해가 불어가고 있다. 말하자면 장마의 피해가 「전원형」에서 「도시형」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장마의 피해가 이처럼 그 전원적인 성격을 벗어나서 도시로 몰리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 도시화 과정의 파행성과 도시행정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폭로하고 있다해서 마땅하다. 인간의 의지와 계획과 지혜로써 조영된 도시란 원래는 자연·절후의 변화에 초연할 수 있는 힘과 내구성을 갖는 것이어야 하기에 말이다.
내무부의 조사에 따른다면 지금까지 밝혀진 전국의 장마철 위해 요소는 모두다 9천7백84개 소. 그 중 4층 이상의 고층건물과 5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건물 및 대량위험물 취급소만도 4천6백6개 소가 안전시설과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고 장마철을 무방비상태로 맞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건물의 대부분은 관공서·학교 등의 공공건물로 되어있다.
내무부의 통계가 과장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수도서울의 경우, 장마철 위해 요소로 지적된 건물 등이 겨우 3동뿐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오히려 건축자재난 속에서도 최근 우후죽순처럼 신축을 간행하여 임립 하게 된 각종 고층 건물 군들을 볼 때, 과연 그 건물들의 방수시설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인지 적이 염려된다. 주택공사가 그 공신력을 내세우고 건설한 「아파트」조차도 지난봄의 첫 비에 이미 벽면으로 물이 스며드는 형편이라 하니 그보다도 감독이나 관리가 소홀했던 일반「아파트」나 「빌딩」에 대해서는 보다 큰 걱정을 한다해서 무리가 아니다.
고층건물이나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대형건물일수록 그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다가오는 장마철에 대비해서 마지막 점검을 해야될 것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조금도 새로울 것도 없고, 조금도 불의의 것이라 할 수도 없는 장마이다. 더우기 새파란 하늘밑에 친절하게 예고까지 하고 찾아오는 장마이다.
이러한 장마 앞에서 대비가 허술하여 피해를 본다면 그것은 천재라기보다는 인재라고 해서 옳다. 내 집은 내가 간수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국토도 우리가 간수할 수밖에 없다. 모든 시민이 저마다 장마철에 앞서 다시 한번 자기 집안을 살펴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종 공공건물의 관리책임자도 푸른 하늘밑에서 다시 한번 건물의 안전성 여부를 점검하여 두자.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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