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 「수신제가」강의 경로당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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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발은 무겁게(족용중), 손은 공손하게(수용공), 눈은 단정하게(목용단)…』 국민학교 어린이로부터 회사원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노인들의 강의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원주시호원동 원주경로당(회장 정창주·71) 노인·30명이 경로당에 교실을 차리고 젊은이들을 모아 수신제가(수신제가)의 도를 가르치고있다.
날로 늘어가는 청소년들의 범죄와 젊은이들의 퇴폐풍조를 보다못한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삼던 장기·바둑을 팽개치고 청소년들의 도덕교육에 나선것.
65세이상인 이들 노인들은 지난4월1일 시청에 수강생모집을 의뢰했다. 32명의 학생들에게 한문을 중심으로한 생활도의를 가르치고있다.
노인들은 자식들로부터 하루 50∼1백원씩 얻은용돈으로 술·담배를 사지않고 아껴 흑판·붓·벼루·백묵등 교재를 샀다.
노인들은 하오7시부터10시까지 3시간동안 모두나와 선생이되고 학생이되었다. 흑판에 한문으로 삼강오륜을 써놓고귀절을 따라 외고 한자한자 뜻풀이를 한뒤 전체의 의미를 가르치고 있다.
14일하오 한문담당 이영수노인(75)은 구용(구용)과 구사(구사)를 강의했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9가지 모양으로 ①발은 무겁게 ②손은 공손하게 ③눈은 단정하게 ④입은 가만히 ⑤목소리는 차분하게 ⑥머리는 곧게 ⑦기운은 엄숙하게 ⑧서있을때는 유덕하게 ⑨낯빛은 씩씩해야한다』고 설명, 학생들이 전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흥미있게 가르쳤다.
또 아홉가지 「생각」으로는 ①보는데 밝음을 ②들을 때 총명함을 ③낯빛은 온화함을 ④모양은 공손함을 ⑤언어는 충섬심을 ⑥일에는 공경심을 ⑦의문에는 질문을 ⑧분함에는 어려움을 ⑨얻는 것이 있을때는 옳고 그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구수한 옛 선현들의 이야기로부터 심청전·춘향전에 이르기까지 강의내용은 다양하다. 학생들에게 필요한「노트」까지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 학생들은 국민교생이8명, 중학생이10명, 고교생이18명 대학생11명, 일반인5명등 모두52명.
4남매가 함께 이 경로당학교에 나오고있는 박인순양(20·상지대1년)은 『학교에서 배우지못한 우리고유의 미풍양속등 배울점이 많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원주=조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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