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구도의 검은 먹 … 그 끝에서 찾은 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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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김병종 교수가 2001년 그린 ‘목수의 얼굴’. [사진 전북도립미술관]

붓은 곧 삶이었고, 그는 늘 길 위에서 붓질했다. 출구 없어 보이던 젊은 날엔 검은 먹으로 예수를 그리며 이 구도자에게 길을 물었다. ‘바보 예수’ 연작이다.

1989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다 우연히 본 야생화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낀 뒤부터는 다채로운 색에 손댔다. 닥지를 이겨 붙여 부조를 만들고 원색의 번짐을 갖고 놀며 만든 ‘생명의 노래’ 연작이다. 2000년대 들어 남미·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며 그곳 사람들의 원색 사랑에 매료됐다. 지금껏 이어지는 ‘길 위에서’ 연작이다. 이와 함께 10여 년간 국내외 예인들의 발자취를 좇아 쓰고 그린 『화첩기행』은 최근 5권 전집(문학동네)으로 출간됐다. 대학 시절 중앙일보·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한 그는 ‘글 쓰는 화가’다.

 김병종(61) 서울대 미대 교수가 전북 완주군 전북도립미술관서 ‘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전을 연다. 53년 남원서 태어나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난 그가 40년 만에 여는 회향(回鄕)전이다. 젊은 날의 검은 그림부터 오늘날의 색채 넘치는 그림까지 100여 점을 걸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북도립미술관이 지역 출신 작가 회고전으로 마련했다. 16일까지. 063-290-6888.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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