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 솔 벨로 타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1976년)인 미국의 소설가 솔 벨로가 5일(현지시간) 타계했다. 89세.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의 친구이자 법률 대리인인 월터 포젠이 이날 "20세기의 위대한 작가 솔 벨로가 그의 아내와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벨로는 현대 문학사에서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주목받았다.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문단을 장악한 유대계 작가군의 대표 인물이라는 점이다. 벨로는 유대-러시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시카고로 이주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대부분이 유대계 미국인이고, 유대성이 주제의 일부를 이루거나 사건 전개에 중요한 동기를 제공한다. 대표작 '훔볼트의 선물'(76년.퓰리처상 수상작) '샘러씨의 행성'(71년.전미도서상 수상작) '오기 마치의 모험'(54년) 등에서 모두 그랬다. 유대인의 가치관은 그의 작품을 통해 보편적인 미국 문화로 확장돼 갔다. 그래서 그는 아이작 싱어.수전 손태그.노먼 메일러 등 유대계 작가들과 함께 60년대 이후 미국 내 '유대계 문화 르네상스'를 불러온 인물로 꼽힌다.

벨로가 주목받은 두 번째 이유는 그의 문학성이다. 그는 '20세기 작가 중 가장 학구적인 인물'로 불릴 만큼 지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문체와 형식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일기나 편지, 내면 고백, 인칭의 혼용 등 여러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60년대 이후 미국 포스트 모더니즘 계보에서도 언급되곤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76년 그에게 노벨상을 준 이유를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의 공로"라고 밝혔다. 특정한 한 작품이 아니라 그때까지 발표된 모든 작품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결혼을 다섯 차례나 하는 등 사생활은 복잡했지만 공인으로서의 삶은 치열했다. 65년 옛 소련 정부가 구금한 솔제니친 등 작가들의 구명 운동에 참여하고,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반대하는 시위에도 참여했다. 84세의 고령에 딸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