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후두통이 꼭 고혈압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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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이가 들면 누구나 적어도 한번쯤은 공포에 떠는 병이 있다. 암과 고혈압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고혈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극성이라고 할 정도다.
물론 질병에 대해서 그토록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계몽이 잘되어 있어 조금도 「마이너스」효과가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고혈압의 경우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뿐이다.
왜냐하면 고혈압과 정서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불안이라든지 걱정이라든지 정신긴장(스트레스) 같은 정서동요야 말로 혈압을 치솟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극언한다.
흔히 뒷골이 무겁고 아프며 목과 어깨가 찌뿌드듯하면 『내가 고혈압이 아닌가』 걱정하곤 한다. 후 두통에다 피로가 잦고 무력감이 나타나면 으례 고혈압을 연상한다. 그래서 극성스럽게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혈압을 측정한의사가 『당신의 혈압은 정상』이라고 말해도 『틀림없이 고혈압 일 텐데 정상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미심쩍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뒷목이 무너질 듯이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고혈압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고혈압의 증상으로 후두통이 나타나려면 고혈압이 상당히 만성적으로 진행돼서 심각한 단계여야 한다.
복잡한 도시생활을 하는 성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후두통은 높아진 혈압때문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좌절, 갈등, 불만 등이 후 두통의 진범인 경우가 더 흔하다. 따라서 후 두통이 좀체로 가시지 않을 때는 고혈압걱정을 하는 것 보다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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