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정리와 농토의 분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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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처럼 잘 정리한 경지를 잘못 분배하여 말썽을 일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고, 경지정리 사업이란 으례 그런 것이라는 인장을 주어서도 안될 것이다.
정리한 경지의 잘못분배로 일어나는 말썽이나 원성, 또 이로 인한 경지정리 사업의 좋지 못한 인상은 앞으로 더욱 적극 추진해야할 경지정리사업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지정리가 끝난 뒤의 토지분배에 말썽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러모로 많다.
우선, 경지정리사업은 여러 군데 흩어진 땅을 되도록 이면 한군데 집중시켜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거리상의 이해위돌, 토지 비옥도상의 이해상위현상을 가져오기 쉽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원소유지는 문전옥답인데 분배받은 환지는 10리 밖의 척박한 땅이라면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정리한 경지가 모두 문전옥답이 아니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와같은 이해상위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원지와 환지 사이의 지적상 차이로 인한 말썽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 정리된 경지의 총면적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말썽이 일어날 우려가 다분히 있다. 충분한 농노의 확장과 경사지의 평지화 등은 경지정리 총면적의 감소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경지정리사업으로 농토이적이 도리어 줄어든다면 농민은 이를 마다 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분배과정에서 정실 또는 공모로 인해 분배가 잘못될 수 있다는 점도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토지의 비옥도가 서로 다르고 원지와 분배 대상지의 면적에 차이가 생기며 거리상의 이해상반 현장이 일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정리경지의 분배문제는 어려운 것이고 자칫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큰 것인데, 여기에 더욱 부당환지·정실환지·공모분배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농민들로부터 큰 원성을 듣게되고 경지정리사업 자체에 큰 지장을 가져오는 일이 될 것이다.
정리된 경지의 분배는 농진공의 현지사업소가 마련하는 기술적인 조건과 제약을 토대로 마을 환지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분배과정에서 석실이 작용하고 공모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마을 환지 위원회만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마을유지에 의해 구성되게 마련으로, 환지 위원회의 결정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공평무사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와같은 말썽의 요인은 말끔히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또 박 대통령도 정리한 경지의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지시한 것이겠지만 이것은 앞으로의 경지정리사업을 더욱 적극 추진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분배상의 말썽은 경지정리사업에 고유한 것일 수 없다. 경지정리사업은 이를 통해 농노 및 수노의 정비와 확충, 농업기계화 기반의 확대 등을 통해 노동능률과 경지이용도의 향상, 토양개량 등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경지정리사업이 일부지방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다. 관계당국의 꾸준한 지도와 감독, 계몽이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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