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阿 정상도 "명분없다" 反戰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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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 방침에 많은 국가가 반대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신임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라크 문제는 유엔의 틀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8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후세인의 위협이 수많은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양민들의 죽음을 몰고올 전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현존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비춰볼 때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이 무력에 의존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은 "(미국이) 국제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예멘.파키스탄 등도 반대 성명을 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세네갈 등 아프리카 3개국 정상들도 이날 "이라크 전쟁은 중동 정세와 국제평화에 파괴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서한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교황청 산하 정의평화주교위원회 위원장인 레나토 라파엘 마르티노 대주교는 바티칸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민간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이라크 전쟁은 신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무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영국 집권 노동당의 로빈 쿡 원내총무는 17일 "영국 정부가 유엔 결의 없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하려 한다"며 총무직을 사퇴했다. 같은 이유로 보건부차관보 필립 헌트 경(卿)도 18일 사임했다.

워싱턴.런던.라이프치히.시드니 등에서는 반전 시위가 잇따랐다. 미국의 반전운동가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첫날 10여개 도시에서 연방건물과 군기지를 봉쇄하는 불복종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를린.런던.워싱턴.파리.베이징=유재식.오병상.이효준.이훈범.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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