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류 대표선수, 3류 배드민턴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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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용대, 도핑 적발.’ 지난 28일 오후 1시20분, 방송·인터넷은 일제히 긴급뉴스 자막을 내보냈다. 국민은 깜짝 놀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인기 스포츠 스타인 그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말인가. 20분 뒤 수정 속보를 보며 또다시 황당해했다. ‘이용대 도핑 위반, 자격정지 1년.’ 하지만 더 황당한 수정 긴급뉴스 ‘3보’가 남아 있었다. ‘이용대, 협회 실수로 아시안게임 출전 불가.’

 이용대가 김기정과 함께 징계를 받은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다. 세계반도핑기구 검사관들은 지난해 3월과 11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도핑방지관리 전산시스템에 입력한 선수 소재지에서 도핑테스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용대는 다른 곳에서 훈련이나 대회출전 중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협회가 정해진 시간 내에 소재지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 결국 ‘삼진아웃’ 규정에 따라 자격정지 1년을 받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두 선수는 올여름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없다. 게으르고 나태한 배드민턴협회 때문에 벌어진 참사다.

 배드민턴협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선수 경력과 한국 체육사에 어처구니없는 오점을 남겼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해에 비슷한 실수를 세 차례나 반복했다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말단 행정직원만의 문제도 아니다. 관리 체계에 큰 구멍이 났음을 의미한다. 배드민턴협회가 “선수 관리 잘못”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며 유감 표명만 하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배드민턴협회는 세계반도핑기구에 ‘황당했던’ 과정을 설명해 자격정지 기간을 줄여보겠다고 했다. 협회뿐만 아니라 체육회와 정부도 나서 두 선수가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다른 종목에서도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배트민턴협회 지도부는 ‘28일의 황당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를 표명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