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신민 당권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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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진산 이후 체제」를 향해 요동하고 있다. 진산의 퇴진은 그가 한양대병원에 재 입원한 4월엔 예기했던 것이어서 이미 당권을 향한 1개월의 탐색기를 거친 셈이다. 이런 탐색을 거쳐 토론을 표면화한 것이 13일 외교구락부서의 비공식 확대간부회의. 이 모임에선 ▲새 체제를 깔 전당대회시기 ▲새 지도체제 ▲당수경쟁에 대한 각파구상의 탐색이 행해졌다.
대회시기에선 모두가 9월정기국회 전에 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중 김영삼·고흥문·정해영씨가 7월 대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

<각파 탐색기 1개월>
결국 대회를 치르고 새 체제를 짜고 그런 정비를 끝낸 뒤 국회에 임하기 위해 늦어도 8월중 대회를 열기로 했다.
현재 당수경쟁엔 고흥문·김영삼·정해영 부총재와 이철승 국회부의장이 내세워져 있다.
이철승·정해영씨는 당권도전에 나설 뜻을 명백히 했고 고흥문 김영삼씨는『결심은 서있다』라고 말할 뿐이지만 당내에선 당수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일형씨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젊은 경쟁자 모두의 후퇴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아니곤 경쟁대열에 내세워질 것 같지 않고 그래서인지 정씨 스스로도 경쟁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당권경쟁은 조직점검과 파벌정비로 시작되고 있다.
고흥문씨에겐 이중재·김현기 의원이, 김영삼씨에겐 황낙주·최형우 의원이, 이철승씨에겐 양해준·오세응 의원이, 정해영씨는 원외의 박철용(중앙당조직국장)·정영모(선전국장)씨 등을 드러난 참모 진으로 꼽을 수 있다.
신민당의 파벌로는 △진산 계 △고흥문 계 △김영삼 계 △정해영 계 △이철승 계 △신도환 계 △정일형-김원만 선으로 가를 수 있다.
경쟁자 네 사람을 이 파벌 속에서 본다면 고흥문씨는 자기파 외에 진산 직계와 가장 가깝다.
김영삼씨는 진산 직계 일부와 신도환 계 일부의 흡수를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철승씨는 정일형-김원만 선의 사람, 그리고 신도환씨와의 제휴가능성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정해영씨는 젊은 층에 반발할 당내 노장층에 기대를 거는 것도 같다.
그러나 이런 4분 상태에선 누구도 과반수 선에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고흥문, 김영삼 간의 제휴문제다.

<평행선 치닫는「대화」>
정해영씨는 두 사람간의 조정이 이뤄지면 물러설 의향을 비치고 있고 이것은 옛 민주당 구파단합의 뜻이 있어 이철승-정일형씨 등의 민주당 신파 결속의 촉진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고·김 대화는 평행을 긋고 있고 그 평행의 교차점도 당분간은 떠오을 것 같지 않고-.
당론은 새 지도체제를 두고 두 갈래다
당권경쟁에 나선 실력자들은「단일」체제의 계승을 내세우고 있으나 김원만·정운갑·정헌주·이충환씨 등「당내사전」을 이유로 집단체제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말하는「당내사정}은 어느 파벌이나 당수후보도 당내 절대다수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야당체질변화 불가피>
「단일」쪽의 주장은 강력한「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며 어느 때도 절대파벌은 없었다는 것을 들고있다. 내세운 이유가 어떻든 집단지도체제는 젊은 세대로 당권이 넘어가는 것을 늦추어 보자는 노장층의 안이다.
당수경쟁 지도체제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진산 이후」의 신민당엔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로이 등장하는「리더」들이 젊어지고 그 중 누구도 가부장적 권위를 행사하기 힘들다는 데서 야당의 체질엔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책결정에서 참모들을 사랑방에 불러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시되던 당수전단은 많은 사람이 참여해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과정으로 바뀌게 됐다.
당권의 방향과 함께 변화의 진통을 겪어야할 또 하나의 문제는 당의 진로다.

<당 진로 설정에 진통>
진산이 군림하던 때에는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어떻든「진산의 시국관」이 진로를 결정했다. 집권세력과의 극한 대결을 피하고 여야간 타협을 통한 조화를 유지해야한다는 시국관이다.
이 지도노선에 대한 당내비판이 거셀 때도 적잖았다.
그러나 진산 이었기에 이런 비판을 물리치면서 당권을 거머쥐고 여야관계를 그런 대로 원만히 유지할 수 있었다.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
물론 지금도 당내질서는 오히려 집권세력과의 관계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요소도 수 없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새「리더」로 향한 출발점에서 경쟁자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진로를 내세우고있다. 또 하나 신민당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당내민주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김형일 의원은『정무회의에서 내규를 만들어 당수후보자를 등록토록 해서 당을 영도할 정책을 발표시켜 책임당수를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제의하고 있다.
이런 제의는 당수 경쟁 후 패자의 승자에 대한 승븍을 다지는데 역점을 둔 얘기.
어떻든 신민당 원들은「동료 속의 1인자」를 선택해야한다는 숙제를 야당부재를 극복하는 계기로 끌어올린다는 방향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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