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도 미 대외 원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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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 미 대통령은 총 51억「달러」의 75회계연도 대외 원조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해마다 감축 추세에 있던 대외 원조 요청액이 무상 군원 부문에서 당초보다 증액하여 요청된 것은 수원국의 입장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그러나 무상 군원 증액은 주로 중동 평화의 실현과 「인도차이나」 3국의 전재 복구 지원 등에 할당되는 것이며, 대한 무상 군원 1억6천1백만「달러」를 포함한 대한 원조 총액에는 아무 가감이 없다. 이제 한국이 「닉슨」 행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대 의회 제안 설명과 증언 과정에서 전액 승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의회에 대해서는 한국의 특수 사정을 고려하여 삭감 없이 통과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
「닉슨」 행정부가 한국군 현대화 계획을 위한 75회계연도. 무장 군원으로 요청한 1억6천1백50만「달러」는 한국군 현대화 계획이 시작된 이래 최소액인 동시에, 74회계연도 요청액보다 7천6백여만「달러」나 줄어든 액수라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 군사 원조가 의회 심의에서 전액 승인된 전례는 고사하고 대체로는 평균 30∼40%씩이나 삭감돼 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감축된 대한 무장 군원 이나마 전액 지출 승인될지 고려되는 바 적지 않다.
2차 대전 후 대구「마셜」 원조 계획을 포함하여 미국의 대외 군·경원은 본래는 대공 봉쇄 정책의 큰 테두리 안에서 거시적인 미국 안보 정책의 일환으로 제공돼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수원국 하나 하나를 살펴볼 때 대공 봉쇄 지원의 공통점은 지니고 있으나 수원의 목적은 다양했던 것도 사실이다.
군·경원 제공의 목적은 ①다변 또는 쌍무 방위 공약에 의거한 수원국 방위력 강화 ②미군 군사 기지 확보·유지의 반대급부로서의 원조 ③친미·반공 정권의 붕괴 방지와 강화 ④전재 복구 및 인도적 구원 등으로 대별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한 원조는 근년에 와서는 그 주요 목적이 제1항에 해당되는 원조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안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 자체의 방위력과 공산권, 특히 북한 괴뢰의 남침 재발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또 남침의 경우 지원 군사력으로서의 주한 미군이 그 기둥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인 한국은 궁극적으로 자주 방위력을 지탱하게 될 경제 개발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도 국방비 지출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며 북괴의 군비 강화 등으로 이미 힘겨운 국방비 지출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 안보의 사기 등 가운데 한국 자체의 방위력의 기둥을 반석 위에 놓으려면 미국의 대한 무상 군원이라는 보조적 뒷받침을 계속 받아야 할 줄로 믿는다.
미 하원 외교위의 국가 안보 정책 및 과학 분과 위원회 위원장 「자블로키」의원은 최근 하원 외교위에 제출한 한 보고서에서 한국 안보상의 난관을 지적하고, 가장 오래되고 믿을 만한 미국의 맹우로서 미국의 대한 원조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 안보에 대한 평가와 이해가 몇몇 의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미 의회 내의 다수 의원들도 동감일 줄로 확신한다.
미국의 대한 군원은 결코 『아편으로 암을 치료』하는 식의 일시적 방편이 아니다. 미 의회는 미국 대외 원조의 본래적 명분과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합치하는 원조라는 점을 이해하여 행정부의 요청 전액을 승인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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