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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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문·방송으로 전해지는 당국의 물가정책 발표를「믿을 수 없다」고 불평하는 주부들이 많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올라 살림을 꾸려나가는 일이 무섭다고 말하는 주부들은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당국에서 항상『안 올린다』『수급량이 넉넉하다』해놓고 뒤에 가서는 이를 뒤집어 이랬다 저랬다하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가 어떻게 될지 더욱 불안하다고 말한다. 연탄값이 그렇고. 교통비·쇠고기·돼지고기값 모두가『안 올린다』고 했다가 며칠 안가서 엄청난 쪽으로인 책정되었기 때문에 이제 어떤「발표」를 믿어야 하겠느냐고 주부들은 반문한다.『물가가 오르는 때는 물론 여러 가지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꽤 속시원하게 이를 계획있게 발표하지 못하고 당국자들은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어느 주부는 정부의 물가 정책이 국민을『약 오르게 하는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작년12월부터 소위 고시가를 발표하면서 언제나 이것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뜻이 해놓고 며칠 안 가서 또 몇 개 품목 명 %씩 인상이라고 연속적으로 발표해왔기 때문에 아무리『이제는 오를 것이 다 올랐다』고 해도 믿을 수 없고 오직 불안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 실제에 있어서 고시가는 이미 시장에서 인상된 것들을 뒤쫓아간다 는 인상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많은 주부들은 당국이 적어도 금년 말까지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공급량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솔직하게 밝히고 여기에 따른 철저한 뒷받침을 해 주기 바라고 있다.
다음은 그동안 본사에 가정 정보를 제공해 온 서울의 가정주부 20명에게 요즘 어려워진 살림, 특히 서민들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쌀과 연탄사정에 대해「무엇이 문제인가」를 들어본 것이다. <윤호미·박금자 기자>
『지난 15일에 일반미 한가마 1만6천5백원이었는데 16일 하룻새 1천원이 올랐다. 한달 전에는 1만3천원 하던 것이 그동안 5천원이 넘게 올랐으니 돈만 있다면 쌀을 사놓지 않겠는가?』 『신문에 값이 내린다고 해도 쌀장수들의 말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 집은 쌀값이 오른다 안오른다는 정부 발표보다 쌀가게 주인한테 들어서 판단한다.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한달에 평균 한말 2백원씩 오른 셈이다.』
『일반미 고시가가 한가마 1만2천원이라는데 실제로 1만8, 9천원씩 한다.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서민들에게 가장 심각한 것은 물론 쌀이다. 요즘같이 쌀값이 자꾸 오르면 미리 사들 돈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굶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미를 먹으라. 정부미는 무제한 방출한다는 말만 하는데 도대체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정부미를 사먹어 봤는지 의문이다. 정부미를 꽤 값이 싼데도 먹지 않느냐 하면 간단하다.
냄새가 나고 밥이 잘 안 된다. 물론 굶을 지경이 되면 먹겠지만 이것을 먹다가는 병이 나지 않을까 겁난다.』
『정부미도 가끔가다 좋은 것이 나온다고 하는데 상인들이 일반미에 재빨리 섞어 없앤다는 말이 있다.
왜 값 오르는 것만 신경쓰고 정부미 공급상황에 대해선 무관심한가.』『쌀장수들한테 들어보면 정부미를 일반미에 썩는 것을 많이 단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미 관리를 잘 해달라. 국민들보고는 아껴 먹으라고 하면서 정부미 창고에 불이 나게 한다든지 변질되게 해서야 되는가.』『정부미를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공급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시장에 낼 때 한번 더 손질해서 내달라.』
『쌀값 정책은 농민과 서민들만 골탕먹이는 것 같다. 가을엔 농민들로부터 싸게 사들였다가 봄에 값이 오르게 한다면 과연 이것이 중상정책인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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