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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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들 금융시장의 순경 구조 변화는 근자의 경기 동향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고, 경제 정책의 「딜레머」를 표현하는 것이다.
우선 모든 문제의 원인은 통화량 증감 원인에 귀속되는 것이며, 경기 국면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수출입 동향의 변조에 따라서 통화 창조 기능을 발휘하던 해외 부문이 외환 보유고 감소와 더불어 거꾸로 통화 환수 작용을 하게 되고, 그 때문에 예금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감소 원인으로 반전한 것이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예금 증가율이 둔화되고 대출 능력도 자연히 제한되어 금융 순경이 막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출 수요는 수출 정체와 「인플레」 때문에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제대로 공급해 줄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자연히 시중 사채 금리는 오르게 되고, 사상 이율이 오르면 증시는 정체할 수밖에 없다.
증시와 시중은행의 대금 공급력이 상대적으로 저하하면 당연히 단자 회사에 자금 수요가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사채 금리는 높아도 안정성이 낮고, 그렇다고 물가 상승률이 은행 금리 수준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저축 자들이 장기성 예금을 선택할 수는 없어 수세 변동을 관망하는 입장에 있다. 이러한 저축 자의 관망 상태를 반영해서 상대적으로 금리 가중은 단자회사 발행 어음에 시중의 부동 자금이 몰리고 있으나 그것이 결코 정상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통화 신용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해서 증시와 장기성 예금이 저조한 것이므로 단자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경기 전망에 대한 금융 면의 어두운 표현인 것이다.
사리를 이 같은 각도에서 평가한다면 경기 전망이 뚜렷해질 때까지는 금융 순경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경기 문제에 대한 정책이 뚜렷해지고 실제 경기를 정책이 의도한 대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만 비로소 금융 순경 구조는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근자 경기 문제에 대해서는 안정 위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로 불황과 실업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뚜렷이 대립되고 있으나 어느 경우도 우리의 실정으로는 안전성이 적은 것이므로 정책상의 「딜레머」는 그 만큼 깊은 것이라고 하겠다.
안정 위주의 정책이 불황에 따른 실업과 도산을 촉진시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 의존형 경기로 체질화된 국내 경제가 국내 수요를 자극해서 불황을 면해 보겠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모순이 큰 것임도 인정해야 한다.
국내 수요를 자재 하면, 수입은 증가하고 수출은 더욱 정체할 수밖에 없어 국제 수지 역조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확대되는 국내 수지 역조 폭을 현금성 외자 도입으로 메워야만 비로소 국내 수요를 자극할 때 파생되는 모순을 완화시킬 수 있는데 그러한 방식의 내수 자극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처럼 근자의 경기 동향은 정책적으로도 다루기 힘들만큼 어려운 국면이라 하겠으나 안정 위주냐 도산 및 실업 대책 위주냐하는 양도 논법적인 정책 선택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수출 정체를 완화시키고 금융 순환의 경직화를 완화시킬 수 있겠느냐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과적으로 안정도 추구할 수 없고, 그렇다고 불황과 도산 및 실업의 증가를 막기도 힘들 것이다. 환율과 금리 문제를 경기 문제와 직결시켜 검토해 볼 시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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