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식량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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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인 식량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민간개발연구기관인 「해외개발회의」는 『제3세계 국가원조를 위한 미국의 역할』이란 제목의 연례보고서에서 현재 세계의 소맥재고량이 불과 1개월 미만의 공급량밖에 안되며,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 세계는 빈번한 식량부족에 직면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세계는 날로 심각한 식량부족상태에 직면하고 있어 앞으로 몇년 동안 이같은 상황이 호전될 전망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러 갈래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세계적인 식량부족의 경향은 장기적으로는 물론 인구의 증가와 공급증대요인의 제한 때문이다. 그렇지만 좀더 단기적으로는 근년에 와서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난 이상기후, 일부지역에서의 남벌로 인한 강우량부족과 지나친 가축사육과 같은 요인에도 기인되며, 에너지 위기로 격화된 비료부족 탓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비료부족현상의 격화는 앞으로 여러 농업국들에 큰 타격을 주고 세계적인 식량부족과 농산물가격의 폭등을 가중케 할 것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하게되면 현재와 같은 세계의 식량수급구조 밑에서는 결국 선후진국을 막론한 다수의 식량부족국이 미국을 필두로 한 캐나다·호주 등 몇몇 식량공급국에만 더욱더 매달리려는 경향을 낳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들 식량수출국의 재고량 자체가 지난 20년래 최저수준에서 맴돌고 있으므로 사태는 심각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세계식량사정 하에서는 양곡가격의 폭등은 불가피하므로 식량수입국의 외화부담은 급격히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경우, 국제수지의 흑자국인 공업선진국들은 능히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나 무역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많은 후진국들은 그렇지 않아도 곤경에 허덕이고 있는 외자부담의 증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와같은 사태에 빠질 가능성은 물론 우리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면서도 최근 수년래 식량이 부족하여 해마다 막대한 금액의 외곡을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우리의 농산물수입액은 무려 4억5천만 달러에 이른 실정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농산물가격의 세계적인 폭등 때문에 설사 지난해와 비슷한 양을 수입한다하더라도 적어도 3억 달러 이상의 추가부담을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의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되면 우리의 외곡도입부담 또한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금후 수년간 세계식량사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을 예상한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앞당겨서 이에 대비하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인구의 거의 절반을 여전히 농업과 농촌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가 식량자급을 꾀하지 못해 이와같은 사태에 직면하고있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농업정책에 큰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세계식량사정의 악화가 권위기관에 의해 공개적으로 경고되고 있는 이때, 우리의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는 만난을 무릅쓰고 적어도 식량만큼은 자급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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