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五十衣帛, 七十食肉<오십의백,칠십식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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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호 27면

맹자(孟子)는 공자(孔子)의 뒤를 이어 유가(儒家)사상을 충실히 보강했다. 정치에 대한 생각도 그랬다. 공자는 정치 지도자의 자격으로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며 ‘정명(正名)’을 강조했다. 맹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군주는 당연히 군주다워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존중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쫓겨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맹자는 이와 함께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을 제시했다.

첫째는 민생(民生)에 대한 관심이다. 피폐한 백성의 삶을 방치하는 왕은 왕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왕의 푸줏간에는 고기가 넘쳐나고, 마구간에는 살진 말이 있는데, 백성들의 얼굴에는 주린 기색이 완연하고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나뒹군다면 이는 정치가 아니다(『맹자』 ‘양혜왕상편’)”고 말했다. “50세가 넘은 이가 비단옷을 입을 수 있고, 70세가 넘은 이가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五十者可以衣帛矣, 七十者可以食肉矣)”며 구체적인 복지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둘째는 민의(民意)에 대한 존중이다. “관원을 뽑을 때 왕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고, 여러 대부가 좋다고 해서도 끝난 것이 아니다. 나라 백성이 모두 좋다고 하면 그런 연후에 살펴봐야 한다(國人皆曰賢, 然後察之)”고 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관리 임용에 충분히 여론을 따져보라는 얘기다. “군주가 신하를 개나 말처럼 여긴다면 신하는 군주를 길가의 행인 정도로 생각할 것(君之視臣如犬馬,則臣視君如國人)”이라며 지도자의 독선을 경계했다.

셋째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경지다. 맹자는 제선왕(齊宣王)을 만나 여러 차례 ‘인정(仁政)’에 대해 얘기했다. 제선왕이 ‘재물과 여색, 그리고 음악을 즐긴다’고 하자 “백성들과 즐거움을 나누면 천하 백성의 마음이 왕에게 돌아온다(與民同樂, 則王矣)”고 했다. “백성의 즐거움을 함께 즐기고(樂民之樂), 그들의 우환을 함께 걱정할 수 있어야(憂民之憂) 진정한 군주의 자격이 있다”는 얘기였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분주하다. 벌써부터 출마의 변(辯)이 난무한다. ‘50 비단옷, 70 고기(五十衣帛, 七十食肉)’, 이번 6·4지방선거는 이 말의 진정한 뜻을 아는 후보를 가려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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