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은 왜] 주한 중국특파원들은 왜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난감해 했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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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상철 전문기자

새해 초인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특파원들로서는 생중계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요, 또 사세 과시 차원에서 적지 않게 ‘폼’ 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날 모두 12명의 기자가 질문에 나섰는데 외국 언론사는 단 두 곳, 로이터와 중국 CCTV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 건 불문가지다. 한데 기자 회견이 끝난 뒤 중국 특파원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왜?

이날 박 대통령의 여러 말 중 관심을 끈 건 단연 ‘통일은 대박’이란 말이었다. MBC 기자가 평화통일 구축방안을 묻자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 중에는 이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도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가슴에 확 닿는 표현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한데 바로 이 ‘대박’이라는 말을 중국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놓고 중국 기자들이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외신기자가 질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 ‘대박’을 어떻게 번역할까를 두고 몇몇 중국 특파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적합한 말을 찾지 못해 ‘그 부분은 대충 에둘러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틀리게 보도할 바에야 아예 그 부분은 보도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던 모양이다. 어찌 보면 신년 기자회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얼버무려 전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중국 기자들의 고민이 꼭 남의 일만은 아니다. 중국어 좀 한다는 필자도 2008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중국의 개혁개방 3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 중 중국 민간에서 많이 쓴다는 ‘설치지 말라’는 뜻의 “뿌저퉁(不折騰)”을 말했을 때 무슨 말인지 감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통일’ 하면 가장 귀가 번쩍 뜨여야 할 우리의 북녘 동포들은 박 대통령이 말한 이 ‘대박’이라는 말에 제대로 ‘느낌’이 왔을까.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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