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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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중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여러분, 집에 가는 「버스」값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요?』 학생들의 대답은 구구했다. 그러나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집에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는 학생은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은 어떻게 해서든지「버스」값을 융통할 궁리를 하더라는 것이다.
언젠가 한 교사가 쓴 이런 수필을 읽고 위협을 받은 일이 있었다. 바로 이점이 과거의 세대와 다른 것 같다., 오늘의 「이커노믹·애니멀」들은 10대 소년들의 이와 같은 사고방식에 감동을 할지도 모른다. 허나 문제는 그런 데에 있지 않다. 그것은 걸어갈 수도 있는 「도덕적인 결단」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특수한 상황이다.
10대 소년 범죄의 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 같다. 범죄란 한마디로 규범에서의 이탈을 의미한다.
10대 범죄의 경우. 무엇보다도 가정에서의 이탈을 생각할 수 있다. 인간에겐 가정이 모든 규범의 시작이며 또 끝이다. 바로 그 가정을 벗어난 상황에서 범죄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른바 현대사회의 산업화 현장은 가정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시민의 생활은 대부분이 가정 바깥에서 영위되고 있다. 가정의 공간과 시간에는 그처럼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혁은 곧 전통문화를 파괴하거나 분화시키는 과정에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버스」값이 없으면 걸어갈 생각을 하기보다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라도 그 돈을 구하는 방법에 몰두하게 된다. 아니면 그런 충동에 사로잡힌다.
10대는 사회심리학에선 「위기의 세대」라고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이미 성인의 수준에 달하고 있지만 그들의 의식은 성인으로서 평가받지 못한다. 또 10대는 자아의식이 높고 독립과 해방에의 욕구가 강해지는 시기이다. 따라서 기성가치를 부정하려고 하며, 전통적인 가정이나 사회의 존재 양식과 심각한 충돌을 하게된다. 이런 성향은 곧 순간적으로 범죄적인 행동에 빠지게 한다.
흔히 범죄소년들은 『용돈이 없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문제는 용돈의 유무에 있지 않고 용돈의 가치를 오로지 물질적이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양물관념」에 있다. 용돈이 없어도 참고 견딜 수 있는 도덕적인 가치 판단이 그들에겐 부족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곧 가정의 문제로 돌아간다. 가정이 전통적인 인간애와 도덕적 수련의 장으로서 그 기능을 다한다면 그만큼 범죄에의 충동은 스스로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이 파괴된 상황에선 이런 분별력을 갖기 힘든다.
오늘의 10대 범죄가 날로 포악해가고 또 증가하는 원인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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