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전업주부 차별 철폐를 환영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부가 전업주부 국민연금 차별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보험료를 낸 적이 있는데도 전업주부라는 이유로 장애연금과 유족연금 자격을 박탈해 왔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하려는 바람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 본다고 해서 마음이 상해 있는 터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 가입 중 장애를 입으면 장애연금을 평생 받는다. 가입기간이나 연금 수령 중에 숨지면 가족에게 유족연금이 나간다. 그런데 전업주부는 두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을 하면서 보험료를 10년 가까이 내도 전업주부가 되는 순간 장애·유족연금 사각지대에 빠진다. 이런 사람이 464만 명이며 이 중 여자가 290만 명으로 훨씬 많다. 남편 국민연금에 기대서 살라는 의미를 내포한, 전형적인 남성 위주 문화의 산물이다. 게다가 미혼여성이 일을 하다 실직해 보험료를 안 내다 다치거나 숨지면 장애·유족연금 혜택을 본다. 현 제도는 기혼여성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기도 하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한 뒤 26년 동안 이런 차별이 유지돼 왔다. 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연금 재정 안정도 중요하지만 여성의 빈곤 해소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더욱이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내년에 180억원 정도밖에 더 들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배우자의 유족연금과 본인의 국민연금이 중복될 경우 유족연금의 20%를 받는데, 앞으로 30%로 올리기로 했다. 올린 것까지는 좋은데 그 폭이 너무 좁다. 한꺼번에 공무원연금(50%) 정도까지는 못 가더라도 40%까지는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봄 직하다. 출산과 군 복무 보너스도 손을 안 댄 게 아쉽다. 지금은 둘째 아이 출산부터 1년치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하는데, 둘째를 안 낳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첫째 아이부터 안 낳는 게 더 문제다. 따라서 출산 보너스를 첫째 아이로 확대하고 금액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아이 출산의 4분의 1에 불과한 군 복무 보너스 지원금도 손을 봐야 한다.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