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변으로 끝난 창경원 호공 신혼 6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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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창경원 동물원에 한 마리뿐인 호랑이 수놈이 장가든지 엿새만에 신방을 치르려다 이를 거절하는 신부를 물어 죽이고 종신금고형을 받았다.
6일 낮12시30분쯤 호랑이우리에서 갑자기『어흥』하는 포효가 들리는가 싶더니 세 살 짜리 수놈 호동 군이 자기보다 1년 연상의 신부 호순 양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졌다.
마침 순찰 중이던 사육과 직원 한성희씨(34) 에 따르면 처음에는 호랑이 부부가 서로 어울려 사랑 놀음을 시작했다는 것. 수놈이 암놈의「히프」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짙은 사랑을 나타내려는 순간 신부는 앞발을 들어 신랑의 얼굴을 할퀴었다. 갑작스런 반항에 깜짝 놀란 수놈이 암놈의 앞발을 한번 물더니 왈칵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었다.
백수의 왕 호랑이 수놈은 고분고분하지 못한 암놈에게 누를 길 없는 증오를 살생으로까지 몰고 간 것.
한씨가 쇠창으로 수놈을 두들겨 패 뜯어말렸으나 그럴수록 수놈은 더욱 집요하게 5분 동안이나 암놈의 숨통을 풀어주지 않았다는 것. 이때 수놈의 두 눈에서는 불꽃이 퉁기듯 살의가 번뜩였다고 했다.
암놈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지를 버둥대며 입으로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자 겨우 수놈이 물러났으며 피 맛이 아쉽다는 듯 구석에서 다시『어흥』하고 고함을 질렀다는 것.
수놈은 지난 72년 1월 일본에서 이주했으며 암놈도 지난해 4월 일본「게이힝」조수무역회사에서 2천「달러」에 사들인 것.
창경원당국은 이들 사이에서 귀여운 옥동자 탄생을 기대하여 10개월 동안 옆 우리에서 낯을 익히게 한 뒤 지난 2월28일 상오 합 사,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64년 2월에도「시베리아」호랑이 수놈이 결혼 첫날 암놈을 물어 죽인 일이 있어 이번 사고는 동물원당국의 성급한 합 사에도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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