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되는「편법인사」…대기발령|공무원법규정에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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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무부산하 각시·도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법의 규정에도 없는 이른바「대기발령」이 편리할 대로 남발되어 공무원 인사행정에 난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해당공무원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나 객관적인 사유도 없이 의사에 비해 직위에서 물러나야 하는 등 불리한 처분을 당하는가 하면 당연히 직위해제 돼야 할 사람이 조치를 당하지 않는 등 경우도 있다. 대기발령으로 직위에서 물러난 공무원들은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 권 자가 해직기간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든지 이들에 대해 재 보직 발령, 사표종용, 또는 직위해제 등 처분을 임의로 하고 있어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보직관리원칙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의 취지에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
내무부에 따르면 7일 현재 내무부본부 또는 각 도내무국 근무발령으로 대기중인 서기관 급 이상 공무원은 부지사에서 대기된 이사관 2명, 도 국장에서 대기된 토목기정 1명, 시장·군수에서 대기된 서기관 급 6명 등 모두 9명에 이르고 있다.
내무부는 지금까지 관례상 ▲사표를 제출하고 수리를 기다리는 공무원 ▲국가공무원 법 상 직위해제 사유가 있어도 구제해 줄 필요가 있을 때 ▲직위해제의 뚜렷한 사유를 내세울 수는 없으나 그 직 에서 물러나게 할 필요가 있을 경우 등에 임시방편으로 대기발령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 법에는 ⓛ금치산선고 등 결격사유가 있을 때는 임용권자가 직권에 의해「당연 퇴직」시킬 수 있고(33조) ②무능 등 직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징계위의 동의를 얻어 「직권면직」할 수 있으며(70조) ③신병으로 장기요양을 할 때는「휴직」을 명할 수 있다 (71조) 또 ④근무태도 불성실·무능 등의 경우에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 권 자가「직위해제」및「해임」을 할 수 있게 돼 있을 뿐이다.
이 같은 경우엔 직위해제 된 공무원은 직위해제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면 당연 퇴직되고 (73조2의4항) 직위가 해제된 날로부터 6개월 동안 본봉의 8할만 지급토록 돼 있다.
특히 공무원보직관리원칙을 규정한 공무원 임용 령 제8조에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 권 자는 모든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그 직급에 상응한 일정한 직위를 부여해야 된다고 규정, 대기발령으로 법규정에 없는 직위해제를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그러나 내무부는 지난 72년 6월5일자로 토목기정 이열진씨(58)를 충북 건설국장에서 충북도내무국에, 73년 7월9일자로 이사관 강수성씨(56)를, 같은 해 8월23일자로 역시 이사관 이해권씨(44)를 내무부본부에 법적 근거 없이 각각 대기시켜 1년9개월∼7개월씩 월급전액을 지급하면서 사실상 직위해제 상태에 두고 있다.
인사관계자들은 이들 가운데 1명은 가정문제로 말썽이 났고 다른 1명은 무능「케이스」 로 지목된 사람들이라고 지적, 당연히 국가공무원 법73조의 규정에 따라 직위해제 하는 것이 합법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내무부는 지난 6일자로 권 모·최 모 서기관을 전북도 내무국 근무로 대기발령 하는 등 올 들어 6명의 서기관을 숙정 작업과는 별도로 본인들에게 아무런 사유설명이나 동의도 얻지 않고 대기발령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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