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盧대통령 黨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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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불만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대철(鄭大哲)대표는 17일 대북 송금(送金) 특검법 공포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오전 열린 당무회의 석상에서다.

그는 "특검법 공포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을 만들어낸 정당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여당의 입장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당의 자발적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날 당무회의는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회의에서 청와대와 신주류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줄을 이었고, 의원들의 고성이 문 밖으로까지 새나왔다. 마치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정오규(鄭吾奎.부산 서구)위원은 "소수 정권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盧대통령은 정파를 초월한 국정 운영을 위해 내년 총선까지 당적을 이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에게 "당을 떠나라"고 거침없이 말한 셈이다.

김성호(金成鎬)의원은 "햇볕정책은 자민련과 결별하면서까지 지켜왔는데, 이번 사태로 당의 정체성이 심각히 훼손됐다"며 "당론을 관철하지 못한 대표와 사무총장.원내총무는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한화갑(韓和甲)고문도 "이래서야 앞으로 여당 구실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일로 우리 당과 전통적인 지지자.일반 국민과의 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고 탄식했다. 이훈평(李訓平)의원은 "허탈하다. 당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주류인 이해찬(李海瓚)의원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했다"며 "막판에 총장이 가세해 혼란만 가중됐다"고 같은 신주류인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을 탓하기도 했다.

◆DJ, "새 정부에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해라"=이날 김대중(金大中.DJ)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로 전윤철(田允喆)전 경제부총리와 신국환(辛國煥)전 산자부.임인택(林寅澤)전 건교부.김동태(金東泰)전 농림부.김명자(金明子)전 환경부장관 등 국민의 정부 각료들이 방문했다.

DJ는 이들에게 "여러분은 퇴임하긴 했지만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 아니냐"며 "지금 현재 상황이 어려우니 새 정부에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하라"고 당부했다고 田부총리는 전했다. DJ는 특히 경제 위기와 북핵 문제 등 최근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DJ는 동교동계 의원들에겐 오지 말라고 했지만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 퇴임 인사차 들르는 것은 막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방문객이 하루 3~4명 정도라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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