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vs 정인교, 노장이 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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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TG 엑써스의 전창진 감독은 "경기 내용이 불만스럽다"며 미팅을 소집했다. 반면 모비스 오토몬스의 최희암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서는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겉보기엔 이토록 달라도 2차전에서 끝내고픈 TG와 3차전까지 가고픈 모비스 사령탑의 절박한 심정은 똑같다.

TG는 늘 그렇듯 허재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팀이다. 허재는 벌써 LG와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왜 볼을 김주성에게만 주느냐"고 묻자 "(리온) 데릭스에게 할 패스는 4강전을 위해 남겨놓았다"고 대답했다. 허재의 이런 태도는 후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놓을 수 있다. 그래서 전감독은 한번 더 '나사'를 죄어놓았다.

모비스는 올시즌 TG와의 경기에서 4승2패를 기록했다. 선수들도 "자신있다"고 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는 김주성을 앞세운 TG의 공세에 초반부터 리드를 뺏겨 고전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가 주력인 모비스의 최감독은 "적지에서 선전해 가능성을 보였다"고 달래 자신감을 북돋운 것이다.

2차전에서도 TG는 힘과 높이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김주성.데릭스.정경호가 돌아가며 투입되는 골밑에서 우세를 확인했으므로 먼저 골밑을 두들기고 그 다음 볼을 빼내 외곽에서 2차 폭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최감독의 박수는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의식했다는 증거다. 따라서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정인교와 이창수.오성식이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정인교는 1997년 플레이오프에서 나래(현재 TG)를 결승에 진출시켰고 이창수는 2000~2001시즌 삼성 썬더스가 우승할 때 백업 센터로 뛰었다.

어떤 포맷을 선택하든 약점은 있다. TG는 허재가 체력이 바닥나 벤치로 물러났을 때나 무리를 해가며 코트를 지키고 있을 때 반격을 당하는 수가 많다. 반면 모비스는 우지원.정훈이 승부처에서 대담성이 부족해 최감독이 결정적인 '한방'을 원할 때 침묵하곤 한다.

1차전에서 줄곧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4점차(77-73)로 신승한 TG나 수차례 역전 기회를 잡고도 추월하지는 못한 모비스 모두 승부 결정력은 기대 이하였다. 2차전 결과는 두팀의 승패 외에도 4강에 오르는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줄 활약에 대해서도 '힌트'가 될 수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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