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걸맞은, 알맞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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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됐다. 대형 문구점.책방 등은 학생들로 만원이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대학에 합격한 학부모들은 기쁨도 잠시, 입학금.등록금에 허리가 휜다.

북한 핵 문제, 유가 상승, 경기 침체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모두 경제력에 '걸맞는' 지출을 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소비가 미덕'이라며 '명품' 운운하는 것은 '알맞는' 소비생활이 아니다.

위 글에서 쓰인 '걸맞는' '알맞는'은 잘못이다. '걸맞은' '알맞은'이 맞다. '걸맞다' '알맞다'는 형용사이므로 관형형 어미 '-는'과 결합할 수 없다. 어미 '-은'과 결합해야 옳다. 알기 쉬운 예로 '검은' 손 , '맑은' 물 등이 있다. '검다'와 '맑다'가 형용사이므로 '검는' 손, '맑는' 물이라고 쓰지 않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걸맞는' '알맞는'은 왜 자주 잘못 쓰일까. 뒤에 공통으로 붙는 '맞다'가 동사여서 '맞는'으로 활용되는데 이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꽃소식이 들린다. 이제 우리 경제에도 희망의 봄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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