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읽기] 경품, 공짜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7면

이라크 전쟁이 임박하고 북핵위기에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까지 터져 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소비 심리가 냉각되자 비정상적인 영업 방법을 동원해 신용카드 회원의 주머니를 노리는 불법 행위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어느날 갑자기 카드 회원의 휴대전화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 회원님 맞으시죠? 저희 회사가 이번에 특별히 실시한 경품행사에 당첨되셨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회원님의 신용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간단히 여쭤보겠습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공짜 경품 이벤트를 빙자해 '회원제 가입 행사'를 벌이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 인터넷 쇼핑몰이 "물건을 반값에 판다"고 회원을 모아 수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일도 있었죠.

이런 전화를 받으면 소비자가 솔깃해하면서 별다른 의심 없이 자신의 비밀정보를 불러주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터넷 쇼핑몰이나 e-메일.텔레마케팅(TM)을 통한 사기성 이벤트에 속아 카드번호를 불러주는 것은 계약 체결(물품 구매 등)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 카드사에서는 회원들이 이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사한 사기행각이 포착되면 즉시 회원에게 통보해주는 '회원 피해 경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꼭 필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카드 결제를 했을 때 어떻게 하면 계약을 취소(철회)할 수 있을까요.

우선 카드번호를 경솔하게 알려준 경우 뜻하지 않은 결제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즉시 카드사의 콜센터로 전화해 결제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만일 본인이 카드번호만 알려줬을 뿐 물건을 사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는 데도 카드 결제가 이뤄졌다면 이는 도용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즉 카드 위.변조와 함께 다른 사람이 부정하게 카드를 사용한 경우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법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물건을 살 뜻을 밝혔지만 나중에 구입 의사를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할부 거래의 철회권'이란 게 마련돼 있습니다. 카드로 할부 거래를 한 뒤 계약서를 받은 날, 또는 물품을 넘겨받은 날로부터 7일(방문판매 다단계는 14일,통신판매는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철회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이 경우 우편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게 안전합니다.

그러나 ▶거래 금액이 20만원 이하이거나 할부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회원의 책임으로 물품을 잃어버리거나 훼손된 경우▶자동차.세탁기 등 한두 번 사용해 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라면 할부 철회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전에 잘 따져봐야 합니다.

참고로 할부로 물품을 구입한 이후 물건에 하자가 생겨 계속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남은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할부거래의 항변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도 이미 지급한 할부금은 돌려받을 수 없어요.

아무리 법적 보호장치가 있어도 공짜나 과장 광고에 쉽게 현혹되는 소비자라면 피해구제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게 꼭 필요한지, 스스로 갚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습관이 피해를 예방하는 첫걸음입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