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팔린 OB맥주 … 5년 만에 옛 주인 AB인베브 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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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OB맥주의 주인이 또 바뀌었다.

 세계 1위 맥주기업인 AB인베브는 20일 OB맥주의 최대주주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로부터 OB맥주를 재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58억 달러(약 6조1680억원)다. 이번 계약으로 OB맥주는 5년 만에 AB인베브에 재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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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맥주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소유주였던 두산그룹에 의해 벨기에 인터브루(AB인베브의 전신)에 매각됐다. AB인베브는 2009년 7월 안호이저부시와의 합병 이후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OB맥주를 미국 사모펀드인 KKR 등에 다시 팔았다. KKR은 어피너티와 공동 인수를 결정하고 지분을 50대 50으로 사들였다. 당시 매각 금액은 18억 달러(당시 2조3000억원)였다. 대신 AB인베브는 KKR과 어피너티로부터 지분을 재매입하는 콜옵션을 얻었다. 콜옵션 계약 만기는 올 7월이었다. AB인베브는 이 콜옵션을 행사했으며, KKR과 어피너티는 이번 매각으로 3조8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게 됐다.

 OB맥주는 인수된 후 AB인베브 아태지역에 속하게 된다. AB인베브 아태지역은 미셸 두커리스 사장이 총괄한다. OB맥주의 경영은 현재 대표이사인 장인수 사장이 계속 맡는다. 한국 본사와 사명도 그대로 유지된다.

 한때 OB맥주를 팔아 넘겼던 AB인베브가 이 회사를 다시 인수하기로 결정한 건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B인베브는 OB맥주를 매각했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맥주시장이 해마다 약 2%씩 성장했고 향후에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한국을 평가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한국 맥주시장이 약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AB인베브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OB맥주의 브랜드인 ‘카스’가 2012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맥스’ 등을 누르고 소비량 1위 브랜드로 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또한 AB인베브는 OB맥주에 자사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코로나·호가든 등 해외 맥주 판매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주고 협력관계를 유지해 와 수입맥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AB인베브는 한국을 아시아 시장 공략의 전초지기로 삼으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대표이사는 “OB맥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태지역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며 “아태지역 성장에 지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인수금액이 생각보다 많다”며 “단순히 한국시장이 아닌 아시아시장 전체를 공략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올봄 국내 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 롯데칠성 관계자 역시 “인수 가격이 높지만 그렇게 책정한 데는 그럴 만한 복안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맥주시장 3강 구도를 만들려는 롯데의 전략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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