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기운없는 '기허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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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아니 젊은 사람이 왜 그리 축 처지고, 맥이 하나도 없어?"

봄은 음양오행에서 양(陽)의 계절이요, 목(木)의 기운이 왕성한 발산의 계절이다. 새싹이 땅을 뚫고 솟아오르고 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다.

그런데 봄이 되면 오히려 기운을 놓고 맥을 못쓰는 사람들이 있다. 종합검진을 해봐도 특별한 이상이 없지만 만사가 귀찮고 몸도 수척해 보약이라도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런 증상을 한방에서는 기허증(氣虛症)이라고 한다. 흔히 '기가 허하다''기가 약하다'라고 하는 증상이다. 기허증은 한방에서 보는 대표적인 허약증세다.

단순히 피곤한 것과 달리 신경을 많이 쓰거나 과로.병치레 등으로 원기가 빠졌을 때 나타난다. 진찰을 해보면 맥이 약하며, 자각증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팔.다리가 나른하며 자주 눕고 싶고, 외출한 뒤 돌아오면 기운이 떨어져 축 처진다면 기허증이라고 본다.

처방은 부족한 기를 보하고 끌어올려 주는 보기제나 익기제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보중익기탕이다. 말 그대로 소화기가 있는 중초(中焦)를 보하면서 기를 끌어올려 주는 약이다.

주재료인 인삼은 기를 살리고 피로를 풀어주는데 효과적인 약재로, 모든 장기의 기능을 두루 좋게 한다. 또한 심장 근육이 수축을 잘하게 한다.

따라서 전신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피를 맑게 해줘 허약한 맥을 살려준다. 이밖에 녹용건비탕이나 삼출건비탕도 기허 증상을 개선하는 데 좋다.

가정에서도 인삼을 이용해 허약해진 기를 보충해 줄 수 있다.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생맥산은 글자 그대로 맥을 생생하게 살려주는 대표적인 한방차다.

인삼 8g, 맥문동 4g, 오미자 4g에 물 한 사발을 붓고 달인 후 아침저녁으로 한 잔씩 복용한다. 따뜻한 차로 마시는 게 보통이나 더운 날에는 시원하게 해서 청량음료 대신 마셔도 좋다.

수삼 1백g과 우유 한잔을 믹서에 함께 간 후 꿀 1스푼을 넣고, 아침마다 복용해도 체질에 관계없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쭉쭉 뻗는 봄기운처럼 맥도 살리고 움츠렸던 기에 활력을 주어보자.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w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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