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 주변에 퍼진 전중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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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최근의 일본 국회 주변에서는 다나까 수상의 건강에 대해 『건강 상태가 의외로 나쁘다더라』는 얘기로부터『병명이 ××』라든가 심지어는 『×』이라는 등의 놀라운 풍문까지 꼬리를 물어 떠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호된 반일 데모의 격랑을 헤치며 동남아 각국을 순방중인 다나까 수상의 일본 TV화면에 비친 모습은 떠날 때보다 바른쪽 볼이 더욱 부어오른 데다 입까지 돌아가서 어딘가 비장감 마저 느끼게 한데다 귀국하자마자 열린 국회에서 답변하는 수상은 여전히 돌아간 입이 낫지 않은 채 유난히 언성을 높여 자주 흥분하는 폼이 보는 사람에 따라선 얼핏 불길한 느낌을 주기도 했던 것 같다.
작년 말 국회 개회 중에 갑자기 입원한 수상의 당초 병명은 중이염과 가벼운 치통이었고 막상 퇴원한 수상의 입이 돌아가 있는데 대해선 구씨관이 부었기 때문이라는 공식 발표가 나와 모두가 대단찮게 여겼었다.
그러다 예상외로 돌아간 상태가 낫지 않고 격무에 쫓기는 수상에게 의사가 『흥분하지 말고 과로를 피할 것』을 거듭 경고하면서 일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본에는 이께다 수상이 『전암병상』이라는 이유로 재직 중에 입원, 결국 후두암 진단을 받고 갑자기 사망한 전례가 있어 다나까 사상의 병명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상상을 낳게 하고 있는 듯.
진상이 어떻든 적어도 TV화면에서 수상이 어딘가 괴로움을 참고 안간힘을 다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관저출입 기자간에는『만약에 또 수상이 입원한다면 이번에는 철야를 해야할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일본의 정가에서는 수상의 건강으로 보아서 석유 쇼크의 뒷수습, 당면한 예산 국회와 전례 없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는 춘계자금인상 투쟁 등의 소용돌이를 과연 지탱해 갈 수 있을 것인지 염려하는 소리가 높다.
특히 『흥분하면 해롭다』는 수상이 직면한『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야당의 치열한 공세』가 이외로 빨리 수상교체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관측까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포스트 다나까의 설왕설래도 무척 많이 나돌아, 예컨대 『미국처럼 대통령이 물러나면 부통령이 자동 승진하는 것은 아니나 이시바시 수상이 뇌일혈로 쓰러지자 부총리 겸 외상이었던 기시가 수상이 된 전례로 보아 미끼 부총리의 수상 가능성이 있다』 『병으로 퇴역한다면 이께따 수상이 라이벌인 사또 수상에게 바통을 넘겼듯이 다나까 수상 역시 라이벌인 후꾸따를 지명할지 모른다』 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하합투 등이 격화돼서 정치적으로 몰려 물러나게 된다면 후꾸따 보다는 오오히라를 밀지 모른다』 는 이야기도 있다.
때문에 후꾸따 지지 그룹의 일각에서는 다나까 수상의 소련방문 때 발표된 일·소공동 성명의 일본어 및 소련어 정문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이 당시에 문제된 것보다 훨씬 많아 49군데나 된다는 점을 재론, 오오히라를 곤경에 몰아 넣으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러졌다.
그러나 이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양국간에 사후수습 조치가 끝난 뒤인 데다 차이나는 부분이 중요한 대목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소련 일본대사관의 대사를 포함한 1등 서기관 이상 전원이 경질된 것으로 일단락 됐다는 관측도 있다.
심지어는『중공이 다나까 오오히라 라인이고, 이에 대해 반사적으로 소련은 사또+후꾸따 라인을 밀고 있으며 현안의 일·중공항공협정과도 관련, 중공 측이 자민당 안의 친 중공 세력과 제휴해서 맹렬한 막후 정치 공세를 펴고 자금이 난무 중이라는 풍설까지도 있다.
또 다나까 치료를 위해 주은래가 비밀리에 침술사를 보냈다는 얘기까지 있다.
다나까 오오히라 팀이 일·중공국교를 정상화한 점으로 보아서 있을 수 있는 관측이며 중·소가 다같이 자원협력을 미끼로 일본의 정치판도를 조정하려 할 가능성도 있으나 지금의 자민련이라는 권력집단의 향배에 이들 외세가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평이다. 어쨌든 작년 말 아이찌 장상이 갑자기 사망했고 지난번 동남아 순방 때는 오오히라 외상의 집이 전소된 것과도 관련지어 보면 다나까로서는 이번 연말연시가 되게 재수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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