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과학 기술과 농업의 낙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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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 농업 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김일성은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낡아빠진 사상에 오염되어 일을 게을리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이 지연되고 있으며』, 『북한의 전반적인 과학기술 수준도 높지 않은데다가 농업부문의 과학기술 발전이 특히 지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당이 10여년 전부터 강조해온 농촌 개혁운동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은 지도자들의 당성·노동계급성·인민성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고도 전한다.
그리고 그는 또 당 간부들의 충성문제에 언급하여 『요령주의와 형식주의가 만연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고도 한다.
이와 같은 김일성 연설은 지금까지 매양 『당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자화자찬만 해 오던 종전의 경향에 견주어, 북한 과학기술의 심한 낙후성과 농업발전의 지지부진을 자인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사태가 조성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60년대 후반기부터 세계는 과학기술의 혁명시대에 들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혁명은 자본주의건, 사회주의 건을 가릴 것 없이 도도하게 휩쓸고 있는 세계적인 조류이다. 이 물결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국가는 생산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 나갈 수 있는 반면, 이 조류를 외면하고 있는 국가는 생산력의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중의 소비생활 수준도 높이지 못한다.
북한 경제가 과학기술의 혁명시대에 순응하지 못하고 있는데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북한은 김일성 1인 정치 체제를 유지키 위해서 자유세계는 물론 ,공산세계에 대해서도 폐쇄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과학기술 혁명시대의 정보 교류에서 소외,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로, 과중한 군사비 부담이 과학기술의 혁명시대에 적응할 생산력의 개편을 근본적으로 저해하고 있다. 북한의 GNP총액이 한국의 그것 보다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보다 월등하게 많은 국방부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력을 과학기술의 혁명시대에 알맞도록 개편하는데 필요한 대금을 자가 조달할 수 없다. 이 같은 재원부족을 메울 수 있는 외국차관에 이르러서는 중·소 대립의 첨예화 때문에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필요한 액수를 빌어 오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자본부족이 북한의 생산시설이나 생산기술을 과학기술의 혁명시대 이전의 상황에 비끄러 매두고 있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셋째로, 『당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충성심』을,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애써 과학기술에 관한 지식을 습득해보려는 의욕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농업대회에서의 김일성 비판이 과학기술 발전의 둔화나 농업생산의 부진의 원인을 지도자들도 당성, 노동 계급성, 인민성의 부족에 구하고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당성이나 계급성을 개인의 능력보다 중요시하는 인사 정책을 가지고서는 과학기술의 혁명요구에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지난 날 소련의 사회주의 건설경험이 잘 가르쳐주고 있다.
북한의 농업 발전과 그 주민의 전반적인 생활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김일성이 그 1인 정치체제를 유지키 위한 폐연성을 탈피해야할 것이요, 전혀 존재치도 않는 남한으로부터의 북침 위험을 구설 삼아 인민을 억압하고 과중한 국방비를 지출시켜 자본형성을 저해하는 정책을 버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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